산사의 풍경소리 89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이야기가 있는 절집 청평사

춘천 청평사 고려선원 청평사는 973년 백암 선원으로 창건되어 1,000년 이상을 이어 온 선원이다. 고려시대에는 이자현, 원진국사 승형, 문하시중 이암, 나옹왕사 등이. 조선시대에는 김시습, 보우, 환적당 등이 이곳에 머물렀다. 고려선원에 머문 당대 최고의 고승과 학자들은 학문과 사상을 전파하였고, 뛰어난 문인들은 시문으로 이곳의 자연과 문화를 노래했다. 청평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시문과 설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고려시대 이자현은 37년간 청평사에 머물면서 청평사 주변 계곡에 암자와 정자 등을 조성하였는데 이렇게 조성된 고려선원은 자연과 인문학적 의미가 매우 크다. 구송 폭포를 비롯한 많은 폭포들이 계곡을 수놓고 있으며, 자연 그대로 보존된 선동과 서천 계곡, 이들을 에워싼 부용봉의 바위들이 청평사 ..

철원 천년고찰 도피안사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 철원 도피안사 모든 번뇌와 고뇌를 건너 저 언덕에 도달한다는 절집 절의 이름은 철조불상이 피안(열반의 세계)에 이르렀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한다. 고요 속에 아담하고 정갈한 모습의 절집은 그 규모가 자그마하여 사부작사부작 작은 걸음으로도 금방 돌아볼 수 있었다. 법당(대적광전) 앞 삼층 석탑을 둘러싼 몇몇 아이들 무리가 적막을 조심스럽게 깨는 듯하였으나 아이들도 그러한 눈치가 있는 지 소곤거림이 몸짓에서 나타났다. 철원의 다른 관광지 들에 비해 그만큼 적막함이 느껴졌던 곳이다. 865년(경문왕 5)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집에 독특한 형상의 철조 불상 화려했던 법당의 외부모습과는 달리 법당의 천정, 벽, 기단 들은 조각 문양 외 단청이 입혀지지 않아 단정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었다. 불신..

창녕의 금강산에 안긴 천년고찰 관룡사

꽃무릇 이뿌게 피었던 9월 어느날 관룡사를 다녀왔다.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아 가끔 가는 절집이다. 관룡사의 담과 계단은 주위의 돌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져 그 운치가 멋스럽다. 돌계단 위에 또 돌을 쌓아 만든 출입구가 관룡사의 일주문 역할을 한다. 돌로 기둥을 쌓고 기와 지붕을 얹은 소박한 일주문에는 문이 없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일주문은 관룡사뿐이 아닐까 싶다. 돌로 쌓은 일주문을 지나 낯설지 않은 속삭임들이 서성이는 대나무숲길을 따라 돌아가면 사천왕문이 나오고 경내로 이어진다. 절마당 한켠에도 잎 없이 붉은 꽃을 피운 꽃무릇이 가을빛을 안고 내리는 햇살에 더욱 애잔히 빛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절집의 여름 꽃이 산수국이라면 가을꽃은 꽃무릇이다. 관룡사는 신라 진평왕 5년(583년) 증법국사가 창..

제천 정방사

제천 천년고찰을 검색 해 보니 예약 해 두었던 리조트 근처에 정방사라는 절집이 있었다. 새벽의 조용한 시간을 이용하여 산길을 걷는 것도 좋고 산사의 풍경도 운치가 있어 언제부턴가부터 여행 중에는 꼭 새벽 산사를 찾게 되었다. 청풍호 호수 옆으로 빙 둘러 난 도로를 따라 금수산을 한눈에 넣으며 달릴 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정방사 가는 길이다. 좋은 길을 따라 가다 산속으로 접어 들면 좁은 외길이 이어진다. 승용차 교행이 아슬아슬한 숲길이다. 자드락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0분 정도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면 절벽아래 절집의 오색찬란한 단청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고 이제 다 왔구나하고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고 절집 앞 마당에 올라서면 청풍호의 탁 트인 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찰 뒤로 병풍처럼 둘..

강진 백련사와 다산초당

동백꽃 필 때면 백련사에 가 볼 일이다. 백련사를 갔다면 다산초당도 가 봐야 한다. 둘은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영남지방에 사는 사람은 동백꽃 하면 부산 동백섬을 떠 올린다. 하지만 백련사의 장대한 동백나무숲을 만나고 오면 나무 위에서 점점이 붉게 빛나던 모습, 땅 위로 떨어져 흐드러졌던 그 모습이 뇌리에 그대로 새겨져 동백꽃 하면 백련사 동백숲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피어날 수밖에 없다. 차로 백련사 주차장까지 가는 도로 양옆으로도 동백이 가로수로 심겨 있어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길인가? 그런가? 하는 사이 만덕산의 품속에 백련사가 포근히 안겨 있음을 알려주는 일주문이 나타난다. 뒤로는 만덕산이 앞으로는 구강포 바다와 아랫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 앉음새가 예사롭지 않다. 일주문을 지나면 해탈문 그리고..

낙조가 아름다운 땅끝 도솔암

땅끝 달마산 줄기의 미황사를 보았다면 그 끝의 하늘 바로 밑 암자 도솔암을 가 봐야 한다. 미황사에서 도솔암까지 등산로가 이어 지는데 시간관계상 우리는 차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달마산을 보며 도솔암으로 가게 되는데 그 풍경이 바로 우리나라 산수화의 배경임을 알 수 있고, 왜 남녘의 금강산이라고 하는 지 알 수 있다. 달마산의 하얀 암봉들은 어찌 보면 산벚꽃이 만개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달마산 도솔암은 하늘 위에 아스라이 걸려 있는 암자이지만 차가 정상 부근까지 접근이 가능하여 가기가 그리 힘든 곳은 아니다. 하지만 산 아래에서 암자 입구까지 차로 올라가는 길이 만만찮았다. 나보고 운전해서 올라가라하면 절래절래이다. 올라가며 바다풍경이 멀리 펼쳐졌지만 눈만 돌리면 벼랑이라 나는 고개도 못 돌렸다...

해남 땅끝 천년고찰 미황사

소백산맥의 등줄기가 두륜산을 지나 국토의 땅 끝에 이른 곳에 달마산이 있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을 전하고 해동의 달마산에 늘 머물러 있다고 하여 달마산이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달마산은 남해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산이다. 공룡의 등뼈처럼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신비로운 행렬은 미황사에 다다랐음 알려준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면 길게 담장과 어깨동무 한 일주문이 바로 보인다. 주차장에서 일주문 -> 천왕문 -> 자하루 -> 대웅전까지 쭈욱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암산이 많은 달마산 자락에 세워진 절집답게 가파른 경사지에 돌계단과 여러 단의 축대를 조성하여 건물을 배치하였다. 사천왕문 중앙에 윤장대가 있는 특이한 구조였다. 윤장대는 경전을 넣은 책장으로 돌리면 경전을 ..

두륜산 대흥사

대흥사 가기 전에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남도의 풍경을 조망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두륜산 케이블카는 현재 공사 중이라 못 탔다. 날씨가 흐림이라 다도해 앞바다를 환히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잘되었다 싶었다. 다른 곳에서 조금 더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두륜산 케이블카 주차장에는 대흥사의 연리근을 형상화 해 놓았다. 해남 대흥사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찰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8개 절집 중 아직 못 가본 곳이라 이번 여행에서 제일로 기대가 큰 곳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고시 준비를 했던 곳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기운이 느껴질지 사뭇 궁금하기도 했다. 대흥사 주차장은 매표소 옆을 시작으로 중간지점과 절집 앞, 그렇게 3군데 있다. 우리는 매표소 옆..

단아한 천년고찰 강진 무위사

해남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천년고찰 그리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남도답사 일번지로 알려져 있다. 해남을 갈 것이라 맘먹는 순간부터 설레임이었다. 이번 여행길 역시 긴 시간을 낼 수 없는 걸음이었다. 해남 땅끝 마을을 제대로 둘러볼 만한 시간은 못 되고 여태 다녀보지 못했던 해남과 강진을 다녀오기로 했다. 창원에서 2시간 정도를 달려 강진 무위사 톨케이트를 통과했다. 무위사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 눈앞에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흐림의 날씨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월출산의 자태는 역시 남도 스러움이었고 그 아우라는 감탄 그 자체였다. 무위사 일주문 바로 앞까지 차가 들어간다. 일주문 앞에 서면 월출산에 포근히 감싸인 절집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남도의 봄빛을 경험하지 않은 이는 색에 대해 말하지 말라하더만 봄..

밀양 삼랑진 여여정사, 양산 천태사 그리고 양산 원동 임경대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여여정사는 약사전 굴법당의 규범가 입 떡 벌어지게 하는 절집이었습니다. 어마무시한 굴법당의 규모는 세파에 나부끼는 사람들의 맘을 나타내어 줌이기도 하겠지요? 신도들의 불사로 근래에 지어진 조계종 사찰이었으나 절집스러운 고즈넉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초파일을 앞 둔 시기라서 그럴수도 있겠고 계속해서 불사가 이어지며 사찰의 규모를 늘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와 불심을 이어주는 발걸음을 묶음으로 행하는 모습이 절마당 가득 피어나는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부터 초파일이면 엄마, 할머니 손 잡고 자연스럽게 절집에 발걸음했던 바로 그 풍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이었습니다. 천태산 인공호수에 바라본 풍경 밀양나들이를 가면서 천태산을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