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관계 / 고정희

#경린 2011. 7. 8. 20:43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youn1126




관계 / 고정희 싸리꽃 빛갈의 무당기 도지면
여자는 토문강처럼 부풀어
그가 와 주기를 기다렸다
옥수수꽃 흔들리는 벼랑에 앉아
아흔번째 회신없는 편지를 쓰고
막배타고 오라고 전보도 치고
오래 못 살거다 천기를 누설하고
그런 어느 날 그가 왔다

갈대밭 둔덕에서
철없는 철새들이 교미를 즐기고
언덕 아래서는
잔치를 끝낸 들쥐떼들이
일렬횡대로 귀가할 무렵
노을을 타고 강을 건너온 그는
따뜻한 어깨와
강물소리로 여자를 적셨다

그러나 그는 너무 바쁜 탓으로
마음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미안하다며
빼놓은 마음을 가질러 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여자는 백 여든 아홉통의 편지를 부치고
갈대밭 둔덕에는 가끔 가끔
들것에 실린 상여가 나갔다

여자의 희끗희끗한 머리칼 속에서
고드름 부딪는 소리가 났다
완벽한 겨울이었다

 

 

냇가에 놓여진 징검다리가 정겨워 언젠가 업어다 논 이미지이다. 어렸을 적 생각도 나고... 요근래...몇 년...아니 오랫동안 징검다리 건너 본 기억이 없다. 가물가물한 그 옛날 기억 속의 동심... 물속을 자유로이 유영하는 물고기들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통통통 친구들이 뛰어 올 것 만 같은.... 성큼성큼 그대가 올 것 만 같은... 올 때는...... 맘도 함께 가지고 오기를...^^
혼자만의 사랑 / 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