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그럼 어때! / 황동규

#경린 2011. 7. 8. 22:46

 

사진출처 : http://cafe.daum.net/hanashopping

 



그럼 어때! / 황동규 나흘 몸살에 계속 어둑어둑해지는 몸, 괴괴하다. 비가 창을 한참 두드리다 만다. 한참 귀 기울이다 만다. 고요하다. 생시인가 사후(死後)인가, 태어나기 전의 열반(涅槃)인가? 앞으론 과거 같은 과거만 남으리라는 생각, 숨이 막힌다. 실핏줄이 캄캄해진다. 일순 내뱉는다. 그럼 어때! 비가 다시 창을 두드린다. 나뭇잎 하나가 날려와 창에 붙는다. 그걸 떼려고 빗소리 소란해진다. 빗줄기여,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이어온 몸살과 몸살의 삶, 사로 잡힘, 숨막힘, 캄캄함, 그리고 불현듯 긴 숨 한 번 들이쉬고, 그럼 어때! 이게 바로 삶의 맛이 아니었던가? 한줄기 바람에 준비 안 된 잎 하나 날려가듯 삶의 끝 채 못 보고 날려가면 또 어때!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까지만 본다.

 

 



몸살을 앓는 인생...... 자고 일어나면 툴툴 털고 나서며 툭 내뱉는 말 그럼 어때! 거기 머시라꼬...힝~ 차르르르 비가 차바퀴에 감기는 소리가 오늘밤 내내 창 밖에서 노닌다. 우산 밑에 대롱대롱 따라 온 것 들 머리밑을 뜨끈히 휘젖고 다닌다. 이 구석 저 구석 돌며 숨막히게 하는 것 들 휘휘... 비도 오고, 해도 나오고, 구름도 끼고 또 비 오고....바람 불고... 날씨도 지 맘대로인데... 그럼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