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할 것 없는 인생 / 김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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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할 것 없는 인생 / 김계희 터지는 사고들에 정신이 팔려 목적지를 잘못 말했는지 정신을 차리고서야 다른 길로 들어선것을 알아차린다. "명덕역으로 가는거 아닌가요?" "대명역이라고 하셨잖아요. " "명덕역이라고 했는데요?" "대명역이라고 하셨는데..." "아무튼 다시 돌아갑시다." 정신없는 틈에 내가 말을 잘못했거니 생각하고 있는데, 기사분은 자기가 잘못 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죄송합니다. 요금은 빼드리겠습니다."한다. "괜찮습니다. 제가 말을 잘못했을 겁니다.요즘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세상에 얼마나 큰일들이 많은데 이런게 무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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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분과 그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세상에 큰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참으로 고심하고 있는 이것이 무어 그리 큰일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다치는 일보다 낫고 사람이 다쳐 고칠 수 있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 보다 낫다. 사람이 큰일을 겪지 않으면 작은 일에 안달하여 어쩔줄 몰라하지만 큰일들을 많이 겪으면 평소 안달하던 것들에도 무심함이 생긴다. 사사로이 집착하면 사사로운 것이 큰 것이 되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더 나쁠 수 있었던 상황을 상상하면 큰 일도 큰 것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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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쁜 상황이 있을 수 있을텐데 이것으로 마쳐주니 다행스런 일이다. 나중에 크게 손해 볼 일을 지금 이런 손해로 앞으로 경계하라고 일러주는 일이다. 마음 커지라고 생기는 일, 앞으로 더 큰일 하라고 공부시키는 일이니 다행한 일이다. 배움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 것인데 손해를 아까워 한다면 배움을 공으로 얻으려는 염치없는 짓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안달할 것 없는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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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는 수영을 하는 중간중간 휴식겸 피로를 풀겸 서로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라인을 천천히 도는 시간이 있다. 내어깨를 주무르는 분들마다 한마디씩 한다. 어깨가 너무너무 딱딱하다고..... 스트레스.... 나 스스로는 아니 받는다고 생각을 하는데... 세상에 이 보다 더한 일들이 숱하디 숱하고 큰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기 머시라꼬 하는데...도 스트레스를 아니 받을 수 없는 모양이다. 나름은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고 자부해서일까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성격이 되었다. 무던해서 그런 것인지...사사로운 것 뒤도 돌아보지 않는 성격으로 집착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남들이 더 호들갑인데 나는 내 일에 무덤덤하건만... 그런데도 내어깨는 뭉치고 뭉쳐서 돌덩이가 되었다. 그래... 배움은 공짜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니... 비 온 다음 땅이 굳어 지는 법이고 하늘이 무너져도 쏟아날 구멍이 있나니... 또한... 모든 것은 자나가리니...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고 있음이고 그 위에 나의 새로운 꿈도 희망도 계획도 얹어 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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