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 이수익

#경린 2011. 9. 3. 00:18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 이수익 나는 강물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도 내게 한 마디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은 순간의 시간, 시간이 뿌리고 가는 떨리는 흔적 흔적이 소멸하는 풍경......일 뿐이다 마침내 내가 죽고, 강물이 저 바닥까지 마르고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혹시, 우리가 서로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하나, 둘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서로 잘 모르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잘 아는 척, 헛된 눈빛과 수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림자처럼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시와 세계> 2004년 가을호 발표




나에게 병이 있었노라 / 이수익 강물은 깊을수록 고요하고 그리움은 깊을수록 말을 잃는 것 다만 눈으로 말하고 돌아서면 홀로 입술 부르트는 연모의 질긴 뿌리 쑥물처럼 쓰디 쓴 사랑의 이 지병을 아는가 그대 머언 사람아




그리움은 깊을수록 말을 잃고 사랑은 깊을수록 마음 부르트는 병인가... 그대는 항상 그 자리에..... 나 또한 여기에...... 그리움의 말을 심는다.


The Conversation / Karun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