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호수 / 이형기

#경린 2011. 9. 28. 23:46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적막강산> 모음출판사


 



가을밤 잎이 지는 호숫가에서 밤을 새운다. 밤을 새우며 너를 기다리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리면서도 나는 사랑 때문에 울지 않는다.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너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은 불고 가는 바람에도 떨리는 여린 호수와 같았다. 그러나 나무와 같이 무성한 청춘의 날들이 지나 잎이 지는 나이까지 오는 동안 내 마음은 이제 잠잠해졌다. 고요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너를 기다린다. 기다림이란 이렇게 차고 슬프면서도 담담한 호수 같은 걸 마음속에 지닐 줄 아는 것이다. 도종환엮음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중에서


 





시험기간... 큰아이를 키울 때는 종종걸음에 안달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작은애는 좀 느긋해 진 듯 잔잔한 물결로 기다리게 된다. 맘 속에 담담함을 지니고 바라볼 수 있게 대견스러워진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보내고 싶은 밤이다.



How Do I Stop Loving You / Rene Fro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