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가을 / 도종환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 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은 온다
코스모스 여린 얼굴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갸웃이 고개를 들면서
가을은 온다
오래 못 만난 이들이 문득 그리워지면서
스님들 독경 소리가 한결 청아해지면서
가을은 온다
흔들리는 억새풀의 몸짓을 따라
꼭 그만큼씩 흔들리면서
......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혼자 그렇게 물으며
가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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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하얀 솜털같은 옷을 갈아입고
코스모스의 여린 얼굴 사이로
흔들리는 억새의 몸짓사이로
가을이 오고 있구나 했었는데
어느새 10월
가을 속
그대
잘 견디고 있는거지요?
저 역시도 잘 견디고 있습니다.
모두 다 가을이 주는 그리움을 안고
그렇게 잘 견디며 살고 있듯이
엄살 부리지 않고 잘 견디고 있습니다
일 속에 파 묻히든
가을 속에 파 묻히든
가끔씩 가을하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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