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손종일
겨울이 오기 전에
만나러 오시겠다던 당신에게
가을이 가기 전에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고
총총 편지를 씁니다.
온통 드러내 놓고
하얀 손목만으로 버티는 겨울나무처럼
겨울엔 제 사랑을 보여 드릴게 없어
타는 단풍의 심장을 보여 드리고파
가을이 가기 전에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고
총총 편지를 씁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만나러 오시겠다던 당신에게
가을이 가기 전에
먼저 가마고 편지까지 마쳐 놓고 보니
당신은 한 뼘 거리만큼
벌써 좁게 가까웁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성급한 가을이 휭하니
가버릴 것 같이
바람이 휘이힝 붑니다.
저 바람이
가을을 몰고 가기 전에
편지를 씁니다.
겨울에는....
전 추위를 너무 타거든요.
그래서...
지금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