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 임태주

#경린 2011. 11. 1. 09:51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 임태주 가을해가 풀썩 떨어집니다 꽃살 무늬 방문이 해 그림자에 갇힙니다 몇 줄 편지를 쓰다 지우는 여자는 돌아앉아 다시 뜨개질을 합니다 담장 기와 위에 핀 바위솔 꽃이 설핏설핏 여자의 눈을 밟고 지나갑니다 뒤란의 머위 잎 몇 장을 오래 앉아 뜯습니다 희미한 초생달이 돋습니다 봉숭아 꽃물이 남아있는 손톱 끝에서 詩는 사랑하는 일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데 억새를 흔들고 바람이 지나갑니다 여자는 잔별들 사이로 등(燈)을 꽂습니다 가지런히 빗질을 하고 일생의 거울 속에서 여자는 그림자로 남아 산국화 피었다는 편지를 씁니다 산국화 피었다는 편지를 지웁니다




산국화가 피었다지요..... 미처.... 봉숭아 꽃물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산국화는 지려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