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바람 불고 흐린 날 / 이향아

#경린 2011. 11. 7. 23:26

 




바람 불고 흐린 날 / 이향아 바람 몹시 불고 흐린 날이면 모처럼 나를 대접하고 싶다 노을빛 심지에 불을 당겨서 조그맣게 흔들리는 그림자가 보이리 흔들리며 사라지는 그림자를 위해 이 세상 시계들은 일어나겠지 초침들이 행군하듯 지나가겠지 홀로 슬피 우는 것들, 홀로 울게 둘 수는 없다면서 시계들이 일제히 종악을 울리는가 너는 울지 말거라 내가 대신 울어주마 창문이 심난하게 덜컹거리는 날이면 지평선에 떠오르는 어떤 마지막 사기 등잔 감추어 둔 기름을 채워 모처럼 나는 나를 대접하고 싶다 흘러서 언제던가 잊을 뻔했던 낡은 약속 하나에 불을 켜고 싶다

 




비 오고 바람 부는 가을 날 외로운 무당벌레는 나뭇잎 두 장을 집으로 삼았나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었는데 싸납게 비도 쏟아졌었는데 무당벌레는 나뭇잎 두 장으로 안식이 되었나보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