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린 2011. 12. 24. 21:06

 



2011년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일어나니 싸래기 눈이 날렸다. 첫눈인가....싶었는데 조금 날리더니 아니 날린다...... 저걸 첫눈이라고 우길까 고민 할 여지도 없이 그나마 싸래기 눈도 아니 내리니...우길수가 없는...ㅎ 이브날 불타는눈동자와 함께 정병산엘 가기로 했는데 전날 저녁내내 아이도 나도 기침을 하는지라 아침에 일어나 갈까말까 고민....... 씩씩하게 먼저 챙기고 나서길래 일단 고고....ㅎ 병원에 들러 함께 나란히 팔뚝에 혈관 주사 한대씩 맞고 약국에서 약 받자 마자 한봉지씩 먹었다. 치과 들러 불타는눈동자 치과치료 후 정병산으로.......

 



푸르렀던 산 들의 나무들 이제는 갈잎도 다 떨어지고 바람만이 황량한 숲의 친구되어 왔다갔다..... 용추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 계곡에는 얼음이 얼었다. 얼음을 보니 남녘도 겨울속이라는 눈으로의 실감^^ 내가 내호흡에 맞춰 앞장서서 걸으니 산악회를 따라 헉헉 오를 때 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천천히... 대지의 내음과 갈잎의 내음 나무의 내음, 바람의 내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아.... 좋다......^^

 



그런데 불타는눈동자가 못 따라 왔다. 시작할 때는 당당히 배낭도 지가 메고 따르더니 계속 헉헉...아고 힘들어...... 몸살감기가 심한 아이를....... 의사선생님께서 혈관주사 놓아주시며 푸욱 쉬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인 듯...... 씩씩하게 나 보다 산오르기를 잘 하는 아이인데... 베낭도 내가 받아 메고 최대한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도 못 따라 오고 힘들어 하는지라 한 시간 오르다 후퇴...ㅎ

 



"안 되겠다 다음에 다시 오자"했더니 "다음에는 안 올거야"헥헥 "그러면 엄마 혼자 오라고??" "산에 함께 다닐 친구를 하나 만들면 되지" 산에 함께 다닐 친구...... 친구와도 좋겠지만 잎 다 떨어뜨리고도 하늘 향해 바람을 안아 다음 봄 날 새로운 싹을 피어 올리려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다지고 있는 겨울숲을 보니 혼자 와도 좋은 시간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가지고...... 자신과 이야기도 나누고....... 나무와도 이름 모를 꽃과도....... 발길 닿는 곳, 눈에 들어 오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느껴지는 모두모두와 친구 되어 함께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듯..... 그래... 다음에는 나 혼자 간다......겨울숲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