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서리 / 문태준

#경린 2012. 1. 1. 19:31

 



서리 / 문태준 겨울 찬 하늘 한 켜 살껍질을 누가 벗겼나 어느 영혼이 지난밤 꽃살문 같은 꿈을 꾸었나 갓 바른 문풍지 같고 공기로만 빚은 동천産(산) 첫물 사락사락 조리로 쌀을 이는 소리가 난다

 



문풍지를 갓 바른 꽃살문 안에서 꾸는 꿈은 어떤 꿈일까. 그 방 안에는 누가 잘까. 공기로 빚은 첫물로 아침에 쌀을 이는 그이는 누구일까. 지난밤 그이의 살껍질을 벗긴 이는 또 누구일까. 그이는 누구에게 순결한 속살을 드러냈을까. 꽃살문 같은 꿈, 갓 바른 문풍지, 공기로만 빚은 첫물은 순결, 처음, 탱탱한 긴장 등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독자의 머리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그림이 떠오른다. 그림 속에 첫날밤을 지낸 새색시가 있다. 새색시는 첫날밤 꽃살문 같은 꿈을 꾼 뒤 아침에 일어나 신랑에게 줄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는다. 그림은 따뜻하고 시는 감각적이다. 짧은 시에 시각과 청각과 촉각이 모두 들어 있다. 어쩌면 밥 짓는 냄새까지도 날 듯하다. 이 시는, 서리에서 갓 시집온 새색시와 새색시의 순결하고 따뜻한 첫날밤을 읽게 하는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다. 문태준의 서리, 하늘의 살껍질은 저리 순결하고 아름답다. 이윤옥 <시를 읽는 즐거움> 중에서

 



새로운 해를 맞이 한 그대의 올해 첫 밤 투명하고 맑은 상념 따뜻하고 포근한 서리되어 첫 출발하는 발걸음 마다 아름다운 행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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