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의 「첫」을 배달하며 / 나희덕
'첫'이라는 말에 당신은 누구를, 또는 어떤 순간을 떠올리셨나요?
'첫'이라는 말이 되돌려주는 냄새, 소리, 맛, 빛깔, 온도
감촉은 바래지도 시들지도 않은 채 여전히 싱싱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끝내 닿을 수도 없는 순결한 기원.
그래서 '첫'은 관형사나 접두사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고유명사로,
과거형이 아니라 늘 현재형으로 우리 마음속에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영원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던 최초의 방
그 문지방을 넘는 순간 이미 문 밖의 생(生)은 시작되었지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첫’을 향해 매순간 걷고 있는
나와 당신의 발자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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