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을숙도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으로 우거진 갈대숲은 철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낙동강 하구의 거대한 모래사주입니다.
을숙도는 한 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다고 하니
사람들보다 철새들에게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87년에 낙동강 하구둑이 생기고 을숙도 섬 전역이
공원화되면서 갈대밭이 훼손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 되고 철새들도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을숙도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갈대의 풍광과 철새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남단의 경우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상단부쪽은 물 문화회관, 조각공원, 자동차전용극장,
야외공연장, 인라인스케이트장, 간이 축구장, 자전거전용도로,
휴게소 등 다양한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자연과 함께 교육, 문화, 휴식을 함께 누릴수 있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도착해서 바로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탔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못 타는지라....^^
처음 우포늪에 가서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그 기분,
그 봄의 바람과 공기와 경치와 색깔들....환상이었지요.^^
근데 언젠가 2인용 자전거 탄 걸 휴가 나온 아들에게
자랑질했더만 울 아들이 그러더만요.
"엄마, 2인용 자전거 탈 때 앞에 타는 사람이 얼마나 힘든줄 아나?
내가 여의도 가서 2인용 자전거 타다가 힘들어서 죽는줄 알았다."
여자친구랑 여의도에서 2인용자전거 탔는데 온몸에 땀나는 건 기본이요
다음날 다리도 마이 아팠으며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는 그 말이
자꾸 생각이 나서리 뒤에 앉아 있는 맘이 우찌나 불편한지..에고..
처음 느꼈던 그 설레임과 공기, 자전거 타며 보는 풍경은 뒷전..ㅋ
아니나 다를까 자전거 타다가 벤치에 잠깐 앉았는데
멀쩡한 저와는 달리 찬바람의 이 가을에 땀을 흘리지 않는가요.
오마나...우야노...뒤에 사람이 열심히 저어줘야 좀 덜 힘들것이라는
아들의 말을 상기하며 내 딴에는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고 밟았건만...
이쯤이야 뭐 괜찮다고 하지만......
하이고 아니되것다 이거야 원 자전거를 배워야지...ㅋㅋ
편의시설이 있는 상단부에서 자전거를 빌려
갈대숲을 볼 수 있는 하단부로 가려면 엘리베이트를 이용하거나
사이드쪽에 있는 지하도로 쪽을 이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걸
모르고 헤매다가 그냥 자전거 타고 가기를 포기하고 걸어 갔습니다.
모르면 무조건 물어야 한다는 우리옴마의 말씀을 듣지 않고
걷기에 도전했다가 무쟈게 걷고 바쁜사람 시간까지 무식하게
빼앗아 버렸던 하루였습니다. 모르는 건 무조건 물어야 합니다.^^
국내 최대의 낙동강 하구 삼각주라 하더만 그 규모가 개발로
상당히 축소 되었으메도 불구하고 엄청 넓은 곳이었고
제대로 한바퀴를 돌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도 같았습니다.
낙동강 줄기가 강의 일생을 마치고 남해의 짠물과 몸을 섞기 전
가지고 온 것을 모두 내려 놓는 퇴적지형의 하중도라 그런지
갈대밭과 강 사이의 도로를 걷는 내내 바다특유의 비릿한 내음이
함께 하였으며 여기저기 일찍 찾아와 무리지어 노니는 철새들도 보였습니다.
근데 사람들이 다니거나 볼 수 있는 구역은 습지와 강 사이에 난
도로가 전부인지라 정작 갈대숲은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동물과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단의 습지쪽은 사람들이 다닐수
있도록 길을 잘 조성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새들이 있는 습지와는
꽤나 거리가 있음인데도 출입금지구역이었습니다.
까치발을 하며 자꾸 저쪽 너머 출입금지구역 쪽을
요래조래 기웃거리니 지기가 몰래 들어가 보잡니다.
들어가도 될까하면서 어느새 발길은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도 나타나서 뭐라고하면 어쩌지...
관리센터에서 망원으로 보고 방송이라도 하면 넘사시러버서
우짜노 함시롱도 자꾸자꾸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금단의 지역에 들어간 그 스릴감과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에 염려는
강심장 뒤로 낼름 꽁지를 감추고 어느새 입은 감탄사로 벌어지기만 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거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우찌나 신이 나는지..ㅋㅋ
애나 어른이나 하지말라고 하는거랑 하고 싶은거 할 때
제일로 반짝이고 신이 나는거 같습니다.^^
을숙도 갈대밭을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었는데요.
와~~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올만치 장관이었습니다.
야단맞을 것을 각오하고 들어가 찍어온 사진들인데
다행히 한바퀴 잘 돌고 경치구경도 멋지게 하고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동물들의 배설물들도
리얼하게 볼 수 있었고 잔잔하게 부서지는 햇살과 철새들도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망원렌즈로 보게끔 시설이 갖춰져 있었지만 그것은
철새를 억지로 화악 땡겨서 보는 것이고, 햇살 받아 반짝이는
갈대숲을 직접 눈으로 보는 감동과는 비교할 것이 못됨이었습니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지요. 하지만 을숙도의 갈대밭을 보기위해
먼길을 온 사람들에게 철새를 보호한다며 중간에 휴식처를 만들어
놓고 그길의 가장자리만 보여주면서 철새탐방을 목적으로 오는
이들에게는 보트를 운행하여 보여준다는데 그것은 왜 하는지
해안선 산책코스는 왜 만들었는지 씁쓸함이었습니다.
철새보호를 위해 갈대숲사이로 보호막을 설치할 수도 있고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에게 철새보호에 대한 관람교육을
실시해도 될텐데 갈대숲길을 막아놓은 을숙도는 갈대숲을 보러 온
여행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몰래 그곳에 들어갔다 나와보니 밀물처럼 밀려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발길도 문제가 되었겠지만
무식하게 자연을 막아 하굿둑을 만들고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넘 과하게 만든것이 더 문제가 아니었나싶은데
뒤 늦게 깨우치고는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튄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공유하며 보호하며 복원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시간이 없어 제대로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이 나이에 2인용 자전거타며 철없이 웃으니 뭇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심처럼 즐거웠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오붓함도, 가을이 깊어가는 고요한 습지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롭고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때 이른 동백...너무 일러서 그런가 이뿌지는 않았지만
어린소녀의 볼처럼 순수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