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문정희-한계령을 위한 연가, 겨울사랑 / 폭설에 갇히고 싶어라

#경린 2012. 12. 23. 23:18

 

photo by 蓮住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 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로곱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로곱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눈보기 힘든 동네 살기 때문일까요....... 하얀 눈이 덮인 사진을.....배경이 한계령은 아니지만 친구님 블에 올려진 사진을 보노라니 문정희님의 시가 절로 떠 올라 담아 와 봤습니다.^^ 겨울이 되면......눈이야 오든 아니 오든..... 누구나 한 번쯤 위의 시같은 공상들을 하지 않을까요. 다...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같은 메마른 도시생활의 삭막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맘에 담아두고 가끔 꺼내보는 아련한 그리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지치고 힘든 삶에 대한 작은 위로를 얻고 싶음이기도 할 것이고 어쩌면 등 따시고 배 부른 한가로움의 편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 년 백설이 되고 싶다

 



새로운 한 주...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이기도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이기도 하네요. 많이 추워질거라고 해서 은근 움츠려 들면서도 괜시리 화이트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저물어 가는 2012년의 마무리도 잘 하시고 지나온 길들 아름다이 접어 곱게 간직하시며 건강하고 건강한 겨울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