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 / 도종환
우포늪에서 무리지어 내려앉는 새떼를 본 적이 있다
분홍빛 발갈퀴를 앞으로 뻗으며 물 위에 내리는
그들의 경쾌한 착지를 물방울들이 박수를 튀기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을 물든 하늘 한쪽에 점묘를 찍으며 고니떼가
함께 날아오르자 늪 위를 지나가던 바람과
낮은 하늘도 따라 올라가 몇 개의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기쁜 숨을 내쉬었다
먹고 사는 일이 멀리서 보는 것과 달라서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눈은 맹금류처럼 핏발 서 있지 않았다
솔개나 올빼미가 뜰 때는 주변의 공기도 팽팽하게
긴장을 하고 하늘도 일순 흐름을 멈추며
피 묻은 부리와 살 깊숙이 파고 들어간
날카로운 발톱을 주시하는데
물가의 새들은 맹금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만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고 어떻게 함께 날개를 움직여야
대륙과 큰 바다 너머 새로운 물가를 찾아갈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매같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조류들도 있지만 모든 새가 그들의 독무를
따라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넛이 팔을 끼고 손에 지갑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거나
일곱 씩 열씩 모여 떠들며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몰려가는
점심시간의 마포나 강 건너 여의도 또는 구로동 골목에서
물새들을 본다
간혼 물가 빈처에 세운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보며 함께 소리 지르고
함께 날개를 세우는 군무를 볼 때도 있고
몇 해에 한 번은 어두운 하늘에 촛불을 밝히고
몇 십만 마리씩 무리지어 나르는 새떼들의 흐르는 춤을
볼 때도 있다 새들이 추는 춤은
군무가 제일 아름답다
독수리가 되어야만 살아남는 건 아니다
가창오리나 쇠기러기들도 아름답게 살아간다
그들도 자연의 적자가 되어 얼마든지 씩씩하게 살아간다
추웠지요.
지난겨울 많이 추웠지요.
이상기온이든 몇 십년만에 찾아 온 강추위든
지난겨울은 유난시리도 추웠습니다.
주남지를 오랜세월 관리하셨던 분도
올해같은 추위는 처음이었으며
주남지의 저수지물이 얼기도 처음이었다며
지난겨울의 추위에 혀를 내두러셨지요.
추운것도 한 때
2월 시작하는 첫 날
겨울비인지....달력상으로 볼 때 봄비는 아닌듯하고
봄을 재촉하는 비라고하면 맞을란지....
좌우지간 제법 포근한 기온을 안고 비가 내립니다.
주남지의 철새들 봄을 재촉하는 비를 보며
조만간 떠날 채비를 할 듯......
제가 주남지를 찾은 날은
요 위 재두루미 무리의 군무를 촬영하기 위한
진사님들의 대포들이 많은 인내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해가 저물고 돌아 올 때까지 야속하게도 재두루미들은
춤을 추지 않아더랬습니다.
재두루미의 진득한 움직임에 비해 요 참새들
잠시도 한자리에 있질 않고 나무가지로 쪼르르르
땅위로 쪼르르르 어찌나 산만하고 부산스러운지...^^
고니라는 녀석은 몸집이 정말 뚱하지요.
그래도 어쩜 그렇게 우아하게 잘도 나는지...싶었는데
정면 사진보니...ㅎㅎ
"나 니네들이랑 같이 먹어도 될까?"
친구들 주위를 빙빙 돌다가 용기내어
친구들 무리로 찾아가는 넘이 있는가하면
난 혼자가 좋아인지
아니면 진따(진정한 왕따)인지
새들의 세계에서도 고독을 즐기는 넘이....^^
오래도록 무리에 섞이지 않고
물에 비친 제모습과 거울 놀이를 하던 재두루미
혼자보다는 역시 적당한 어울림이
그들도 보는 이도 즐거움인 듯합니다.^^
2월1일 딸냄이 개학하는 첫날인데
어제 새벽까지 아들냄이랑 못 본 드라마 다운받아 보다가
늦잠을 자고 말았지요.
그 늦은 시간에도 머리감고 아침까지 챙겨 먹는
울딸의 느긋함은 오데서 오는 것인지...^^
"엄마때문이야" 하면서도
"괜찮아 한 번만 봐 달라고 싹싹 빌지 뭐"하고 웃으며
씩씩하게 친구들 무리속으로 들어갔는데
교무실 앞에서 손들고 혼자 무릎꿇고 앉아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