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 오세영
봄이 온다는 것은
누군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다.
새록새록 눈 녹는 소리에
여기저기 언 땅을 밀치고 솟아나는
새순들.
봄이 온다는 것은
누군가 흔들어 깨워준다는
것이다.
바람에
하나씩 눈 뜨는 나무의
잎새들,
봄이 온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아른아른 취해
아지랑이 먼 하늘 황홀하게 우러르는
꽃들의 눈빛,
봄이 온다는 것은
아득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가지에 물오르듯 아아,
초록으로 번지는 이
슬픔.
봄이 온다는 것은......
새것을 피어 올리는 길목의 그 분주함과
안온하게 아롱대는 아지랭이속의 평온함과
살아있는 것들의 가슴에 설레임을 주는 것
그리고 또.....
봄이 온다는 것은
당신을 처음 만난 계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