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햇살이 곱게 퍼지던 날
지기와 함께 밀양위양지를 찾아갔습니다.
위양지를 향하는 동안 펼쳐지는 들녘은
아직은 겨울의 연장선상인 듯 황량하게 다가왔지만
한겨울의 그 차갑고 설렁한 기운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파릇파릇 보리싹이 올라오고 있었고 양지바른 곳에는
듬성듬성 초록이들이 빼꼼 올라와 갈색의 메마름에
포인트로 반가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위양지 못은 원래 안동 권씨 집안의 제방 역할을 하는 인공못인데
현재 소유는 그대로 안동권씨 집안이나 관리는 국가에서 한다고 합니다.
위양지 주위를 호위하고 있는 노목들은 이팝나무, 버드나무 소나무 등으로
5월에 하얀 이팝나무꽃이 피면 그 모습도, 못의 반영도, 그리고 물안개도...
그 경치가 장관이라 5월중순경 진사님들께서 꼽는 사진 촬영지 라고도 합니다.
위양지에 처음 도착 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담한 연못 주위를 빙둘러 호위하고 있는 노목들이었습니다.
노목들의 기품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요.
나무에 대하여 / 박시교
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사람이다
안으로 생각의 결 다진 것도 그렇고
거느린 그늘이며 바람 그 넉넉한 품 또한,
격(格)으로 치자면 소나무가 되어야 한다.
곧고 푸르른 혼 천년을 받치고 서 있는
의연한 조선 선비 닮은 저 산비탈 소나무
함부로 뻗지 않는 가지 끝 소슬한 하늘
무슨 말로 그 깊이 헤아려 섬길 것인가
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고고한 사람이다
아직은 초록이 올라오지 않아 황량한 느낌도 있었지만
초록을 다 던져버리고도 늠름한 노목의 모습이
어디에서나 쉬이 볼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위양지는 다섯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에 안동권씨의 제실(완재정)이 있었습니다.
이팝나무는 그 제실 주위에 있는 나무라고 합니다.
지금은 나무들이 옷을 다 벗은 모양세라 어느나무가 어느나무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소나무와 버드나무는 확실이 알겠더만요.
버드나무 가지에는 연두빛 잎눈이 뽀족 올라오기 시작했더라구요.^^
멀리 보이는 한옥이 완재정입니다.
저희가 간 날은 문이 닫혀 있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행사가 있을 때는 개방을 한다고도 합니다.
운이 좋은 날 가면 제실 내부와 한옥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하네요.
완재정에서 바라보는 못의 풍경도 가히 경이로울 것 같기도 하구요.
못 주위의 오솔길은
소나무향이 느껴지는 길이었는데
봄에 도시락 싸들고 와 이 숲길에 자리 깔고 누우면....
정말 환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봄이 오면....꼭 도시락 싸들고 다시 오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봄 가뭄이 심해 못의 수위가 아주 낮아져 있었고
못을 향해 누운 나무들...물속에 오래 있어서 옆구리에
뿌리가 수염처럼 수북하니 나와 있었는데 가뭄에
그것이 모두 다 드러나 있었습니다.
아직 잎이 올라오지 않은 노목에 초록이 있길래 자세히 보니....
노목의 빈속에 낙엽들이 쌓이고 그 사이에 아마도
사철나무의 씨앗이 날아들어 자리를 잡은 모양....
이것도 연리지라고 보아야 하는 건가요...
좌우지간 공생관계.....^^
5월 이팝나무 하얀꽃이 피었을 때 못의 풍경을 담은 안내표지판입니다.
다리를 건너가면 완재정 이구요.
넘 멋지지요...
5월이 오면...저 이팝나무를 꼬옥 보러 다시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