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이 진달래 분홍빛으로
발그래하니 물들어가고 있는 요즘
해마다 이맘때면 질리지도 않고
맘에서 피어나
허공에 시선 보내며
가슴으로 촉촉히 내려 앉는 시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아닌가 싶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두견새가 애절하게 울며 토한 피에서 피어난 꽃이
두견화(杜鵑花 ), 바로 진달래라는 전설이 있다.
그 한과 슬픔이 얼마나 컷으면 피를 토할 정도로
울었음일까 하여 진달래꽃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며
임에 대한 사랑과 증오를 나타내기도 한다.
사랑에 배반당하거나 좌절했을 때
사랑은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법
하지만 나 보기가 역겨워 일방적으로 떠나는 임일지라도
가시는 길 꽃길 만들어 영원한 사랑과 축복을 주고픈 맘
차라리 꽃이 되어 임의 발밑에 으깨어 지고 싶은 맘
고이 보내 드리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릴테니
우리사랑 아름다이 기억해 달라는 소망의 맘
사랑에 대한 그 애틋한 맘들이 애잔하게 남아
해마다 우리의 가슴에 분홍빛 꽃으로 피어나는가 보다.
진달래꽃 / 김용택
진달래꽃은 슬프다.
애잔하고, 애틋하고, 애닯다.
진달래꽃은 서럽다. 허기지고, 배고프다.
진달래꽃은 식민지, 나라, 조국, 독립군, 이별,
초가 아래 가난한 어머니, 유랑,
사랑을 고백 못하고 딴 데로 시집가는 누님의 감춘 눈물,
지게 지고 산 넘어오는 나무꾼이 생각난다.
도망, 억울한 사랑, 머슴과 주인집 딸, 지게, 짚신,
신동엽이 생각난다. 진달래꽃은 아직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