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을 팔아서 / 이정우
이 슬픔을 팔아서
조그만 꽃밭 하날 살까
이 슬픔을 팔면
작은 꽃밭 하날 살 수 있을까
이 슬픔 대신에
꽃밭이나 하나 갖게 되면
키 작은 채송화는 가장자리에
그 뒤쪽엔 해맑은 수국을 심어야지
샛노랗고 하얀 채송화
파아랗고 자줏빛 도는 수국
그 꽃들은 마음이 아파서
바람소리 어느 먼 하늘을 닮았지
나는 이 슬픔을 팔아서
자그만 꽃밭 하날 살꺼야
저 혼자 꽃밭이나 바라보면서
가만히 노래하며 살꺼야
팔릴 일 없는 슬픔을
팔겠다는 시인의 맘이
아프게 다가 온다.
슬픔을 팔아서
작은 꽃밭을 만들고
슬픔을 팔아서
마음 아픈 꽃들을 심고
그것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그 맘이......
슬픔이 있다는 것은
꽃으로 피어날
팔 것이 남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