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맨드라미에게 부침 / 권대웅

#경린 2013. 9. 6. 19:46

 




맨드라미에게 부침 / 권대웅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 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면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래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단지 붉은 잇몸 미소만으로도 다 안다는 그 침묵의 그늘 아래 며칠쯤 푹 잠들고 싶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쓸며 일어서는 길에 빈혈이 일어날 만큼 파란 하늘은 너무 멀리 있고 세월은 그냥 흘러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 변방의 길 휘어진 저쪽 물끄러미 바라보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여는 텅 빈 방처럼 후두둑 묻어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고독에 울컥 눈물나는 가을.

 




땀흘리며 하루종일 밖에서 뒹굴다 돌아온 때꼬장물 개구장이 유년의 기억을 담은 듯한 꽃 맨드라미.......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도 지치지 않고 씩씩하게 피어나 가을의 바람에 씨앗 터는 꽃 맨드라미....... 예전에는 길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가 쉽지않다. 간혹 가로수 길가 동그란 큰화분에 관상용으로 키워지는 예쁘고 색고운 맨드라미를 간간히 보기는 하지만.... 어렸을적의 그 투박하고 촌스런듯한 모양새는 아니라도 도심에서 만나게 되는 맨드라미는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