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 / 홍정순
호미 찾는 손님 오면
친정 엄마 생각난다
소백산자락 새밭 친정은 나를 버린 곳
아니, 나를 버리고 온 곳
엄마가 살고
오빠네가 살지만
언제나 내 방은 없었다
열 남매를 키운 호미
닳고 닳은 호미가
집 뒷벽 응달 아래서
손잡이 하나로 슬픈 내력을 버틴다
호미 판 날 오후엔
친정 가고 싶다
일생을 겨울이었던 엄마 가슴에
봄을 파종할 고랑이라도 하나
내주고 싶어서
시인의 자필로 제일 앞 장을 장식 한 시집이 날라 왔다.
마음이 환해지는 설레임이었고 고마움이었다.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피어내고 있는 이야기들
한 줄 읽을 때 마다 풍경이 왔다가 가고 또 왔다가 가고...
친정 옴마 생각이 났다.
아부지 생각도 나고.......
어떻게하면 울 옴마 아부지 맘에 따뜻한 봄을
편안한 햇살을 내리게 할 수 있을까........
멀리 온가족이 함께 여행간다하면 즐겁게 놀다오라는 말보다
더 큰 걱정을 안겨 드릴까 봐 아무 말 않고 가는데
10여일 전화 없음에 혹여 부모님 날 찾으시면
그 때는 먼나라여행 갔지만 금방 올거라 전해 달라던
동생의 맘이 그 맘이지 싶은데
부모님께서는 서운함이 더 클란지도 모르겠다.
나이 드셔 그런가.......
날로 부쩍 어린아이 맘이 되어 가시는 두 분
그래도 나는......
딱 우리 부모님 만큼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딱 두 분 만큼만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만큼 하는 것이 울메나 어려운지를 알고 나니
내 머리 온통 흰머리카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