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梅花 - 임보 / 시장에서 업어 온 봄꽃들을 보다가.....

#경린 2014. 3. 23. 17:20

 



梅花 / 임보 지난 이른봄 동대문 근처에서 어정거리다 한 시골 아낙이 매화 몇 그루 안고 졸고 있기에 제법 밑둥 굵은 놈 하나 골라 데려와 아내 눈치보며 안방 머리맡에 앉혀 놓고 지켰는데 그 놈이 마른 가지 끝에 봄을 몰아 눈을 틔우는데 처음엔 분홍 좁쌀알로 며칠 밤 몸부림을 치다가 그 꽃눈이 토함산 해돋이짓을 하며 점점 터져나오는데 그 포르스름한 백옥 다섯 잎이 다 피었을 때는 한 마리 나비로 검은 등걸에 앉아 있는 셈인데, 그런 나비가 꼭 다섯 마리 앞 뒤 가지에 열렸다 지면서 방안에 사향분 냄새를 쏟아 놓고 갔는데 이것이 무슨 시늉인가 두고두고 생각해 보았더니 옳거니, 내 아내가 내게 시집오기 전에 지녔던 그 갸름한 눈썹허며, 그 도톰한 흰 종아리허며, 명주실 같은 목소리 허며 이런 것들이 제법 간드러지게 나를 불렀는데 촌수로 따지자면 이놈의 그 나비 시늉도 내 아내가 뿜어대던 그 부름인가? 아니면 내 아내가 미리 이 꽃시늉을 훔쳐 그리했던 것이던가?

 



봄햇살 고운 날 재래시장 갔다가 돌이오는 길 트럭하나 가득 실고 와 시장입구에 풀어 놓은 화사한 봄꽃 여럿에 맘을 빼앗겨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다가 보라색별꽃 모양 '캄파눌라'랑 앙징맞은 꽃대와 싱그러운 초록잎이 봉실한 '천상화'를 데불고 와 초록이를 질투하는 딸냄이 몰래 분갈이하고 베란다에 두고 보고 있는데 그 재미가 아주 쏠쏠.......^^

 



작년 여름 참나리꽃 씨앗인 주아를 가지고 와 화분에 꾹꾹 눌러 놓았던 것이 싹을 올렸다. 지난 가을 베란다 화분들이 너무 많아 절반 가까이 추려 내어 빌라 마당 화단가에 내다 놓은 적이 있다. 그때 주아를 심어 두었던 화분 역시 추려져서 나갔더랬는데 몇몇 씨앗이 살아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잊고 있었는데 싹을 올리니 참으로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올 여름에 꽃을 피울란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빌라 화단가에 내어 놓았던 화분들 속의 그 씨앗들 주아도 있었고, 사랑초, 미국제비꽃, 샤프란알뿌리...기타등등 새로운 주인들의 집에서 싹을 틔웠는지 우쨌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