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창원도립미술관 백남준과 뉴미디어아트 관람
#경린
2014. 6. 1. 18:56
한국이 낳은 세계미술의 거장,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업세계와 그 뒤를 잇는 작가들의 뉴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경남도립미술관엘 다녀왔습니다.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백남준은 일찍부터 음악과 과학기술을 미술에 접목시키는 장르간의 융합을 통해 행위음악을 개척하고, 세계 최초로 델레비전을 예술작품으로 만들었으며 위성예술을 시도했던 선구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역사와 미래를 꿰뚫는 그의 통찰력은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을 정확하게 예견했다. 이러한 열린 사고와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정신은 마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듯 후대의 미디어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며 미래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 해 주었다.
세계 최초로 일상적인 오브제인 텔레비전을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킨 그의 전시답게 이번 전시는 주로 1990년대의 TV조각 작품들과 로봇 조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통/운송'(1995)이라는 작품인데 각종 기계부속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말과 TV모니터로 구성된 마부가 한복 차림의 마네킹 아가씨를 태운 미국 고물마차를 끌고 있는 작품입니다. 동성양을 연결하는 원거리 통신과 쌍방향소통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다비드'와 '마라'라는 로봇 작품인데요 프랑스대혁명 2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들로 당시 혁명 지도자 <마라의 죽음>을 그린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와 마라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었다 합니다. 각각 14대의 구형 TV모니터와 라디오 케이스로 구성된 신체에는 실제 회화 작품 <마라의 죽음>의 편집이미지가 곳곳에 콜라주 되어 있습니다.
옛날에 울 집에도 저런 TV가 있었더랬는데 창고에라도 보관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ㅎㅎ
피아노와 TV모니터로 만들어진 작품 왼쪽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앞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여줍니다.
모니터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음을 알고 요래조래 폼도 잡아보고 환하게 웃어도 봅니다.
지금이야 CCTV도 많고 요런것이 단순한 일상일 수 있지만 그 옛날에 이런 발상을 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역시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여기저기서 견학 온 병아리친구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 다음의 미래를 반짝이게 할 눈이 조 안에 있을지도...^^
1층의 백남준 작품들을 보고 2층으로 오릅니다. 2층에는 현재 활동 중인 작가들의 뉴미디어아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토키TOKI'(작가가 만들어낸 이상화 된 미를 상징하는 사이보고)라는 디지털 캐릭터를 통해 현대여성의 외모 집착증과 정체성에 대한 시각을 다루는 이혜림의 작품입니다. 토키의 신체들이 각기 다른 향수병에 담겨 있고 쉽게 복제되고 변형되는 토키의 존재는 백화점에서 옷을 구매하듯, 성형외과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얼굴이나 몸매를 고치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마치 자기 자신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심아빈의 작품 자신을 타자화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합니다.
3층에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을 맞아 전쟁의 피해와 관련된 만화를 선보인 2014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한국만화가들이 일본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지않는 꽃'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사라진 소녀들>과 인터뷰와 삶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보았는데......먹먹한 아픔과 눈물이 고였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옆에 있는 창원대학교 내 와룡으로 향했습니다. 와룡은 창원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점(?) 음식점(?) 뭐 그런곳으로 아주 유명한 곳인데 저는 소문만 듣다가 이번이 처음걸음이었습니다.
입구에서 우리팀 아줌씨들이 나무에 메달리다싶이해서 따 먹는 것은 다름아닌 야생 오디와 뽈똥(보리수열매)입니다. 길가에 저 탐스럽고 맛난것이 오로시 있는 것을 보면 요즘 학생들은 저 존재의 맛있음을 모르는 것이 틀림 없는 듯....^^
점심메뉴는 촌국수, 비빔국수, 파전, 도토리묵, 두부모듬, 막걸리입니다. 근데 조 쬐끄만 주전에 든 막걸리를 절반도 못 마셨습니다. 낮이기도 하고 또 운전도 해야하고 해서 이지만 우리팀은 다들 술을 잘 할 줄 모르네요. 연습을 해도 술실력이 늘지 않고 그래서인지 예술솜씨도 잘 늘지 않는 다고 한탄들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