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함께 / 이해인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1976년에 펴낸 나의 첫 시집 제목은 『민들레의 영토』였는데
그로부터 38년 후에 펴내는 이번 시집의 제목이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의 민들레처럼 작고 여린 모습의 그 수련생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인내의 소금을 먹고
하늘을 바라보는 한 송이 동백꽃이 된 것 같습니다.
인생의 겨울에도 추위를 타지 않고 밝고 환하게 웃을 줄 아는
명랑하고 씩씩한 동백꽃 수녀가 되어 이 남쪽 바닷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해인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시인의 말」 중에서
꽃잎이 질 때 한 잎 두 잎 바람에 흩날리지도 않고
꽃잎이 시들지도 않은 채 곱게 피어 난 그 모습 그대로
툭 떨어져 내리는 꽃....... 동백꽃
필 때도 질 때도 아름답고 고운 동백꽃처럼 한결같은 삶
우아한 동백꽃의 일생을 닮은 이해인님의 삶이 느껴지는 시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