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팔용산 봉암 수원지의 봄 / 혼자놀기

#경린 2015. 4. 15. 20:01

 


이 아름다운 봄날에 지기는 바쁘고
곰만디는 고3이라 일주일 내내 학교 학원 쳇바퀴 돌고 있고
봄나들이 간다고 삐쭉 얼굴 디민 아들은 친구들이랑 시간보내고 가면서
미안하였는지 시험끝내놓고 엄마랑 많이 놀아줄께 하고는 가고
친구들은 주말 스케쥴 쫘악이라 카고...이런...나만 제일로 한가혀...^^

 


예전처럼 산악동호회를 들까...아! 그렇지 그들의 산 타는 솜씨를
나는 도저히 따를수가 없었다는 것이 기억이 난다.
생각만해도 아이고 다리야 허리야 헉헉 숨차..ㅎ
여행 동호회를 가입 해 볼까...그런 모임은 어디 있지?
어디 있는지 안다 손 치더라도 낯선 사람들과 여행이라는 것이 좀 그렇지?
그기다가 정기적으로 시간을 낼 만치 그리 내가 또 한가한 것이 아니여...

 


우짜다 여유로운 봄날의 주말 집에 혼자 있을라니 좀이 쑤셔서리
혼자놀기를 해 보기로 하고 가까운 팔용산으로 길을 나섰다.
지기와 두어번 가 보기도 하였고 가까운 거리이지만 길치인 나에게는
제대로 찾아 간다는 것이 두려움이라 네비양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근데 어찌 된 것이 네비양이 길을 엉뚱한 곳으로 안내를 하여서리
지기랑 올 때는 분명 10분이면 족 했는데 40분씩이나 걸려 도착하였다.
시작부터가 영...아이고 숨차이다.
이래가지고 혼자 잘 놀고 가것나 싶을만치...ㅎㅎ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을 하였는데 주차장이 또 만땅이라 차 댈곳이 없다.
몇 바퀴를 돌아도 팔용산 봉암수원지 입구에서 반경 100m 안에는 차를
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몬 놀고 그냥 갈 수는 없으니께 좀 먼 곳까지
두리번하다가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참을 걸었다.

 


작년에 왔을 때 벚꽃이 피면 이뿌것다 싶었고 지금쯤이면 만개한 벚꽃의 환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엥총...벚꽃은 다지고 완전 끝물이더라
에효..요즘은 꽃들이 너무 서둘러서 피고 서둘러서 져 버리니...아쉽다.

 


고운 햇살아래 작은 거북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오후부터 비 올거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거북이들도 
그것을 아는 것처럼 햇살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모습

 


봉암수원지의 귀염둥이 오리 가족들
근데 한마리가 안 보인다. 어디를 간 것인지...??
한참을 오리들의 움직임을 따라 다녔는데도 한 마리가 보이지를 않았다.

 


사람들이 "너거 친구 한마리 어데갔노?" 하고 물어도 오리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분명 누군가 밤에 올라와서 잡아 갔을 것이라고...
하이고야 설마.....설마..... 저 오리를 우찌 잡아가노??
그런데 사람들 말처럼 진짜 잡아 갔을까?
세상이 하도 별나서리 생각지도 못한 행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께로..뭐..

 


지기가 오후에 비 올거라고 일찍 갔다 오라고 했다.
저수지의 반영을 볼라카모 역시나 오전 10시 이전에 가는 것이 좋을끼라 했다.
그런데 늦장을 부리기도 했고 길치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여서리
엉뚱한 골목 헤매고 다니다 도착이 늦어져 주차하는 것부터 애를 먹더니
저수지의 반영도 하나 없다. 지기말을 안 들어서 그렇는갑따.ㅎ

 


타박타박 지기랑 같이 걷던 길을 걸으니 혼자가면 언놈이 달랑
업어 갈란지도 모르니까 정신 바짝 차리라는 지기 생각이 절로 났다.
몸무게가 몇키론데 업어 가기는 무슨...ㅋ

 


기대했던 벚꽃은 다 졌지만 바람도 좋고 햇살도 좋고
연두빛 초록이며 반짝이는 물빛이며 같이 왔으면 완전 금상첨화인데...ㅎ
혼자서도 잘 논다는 걸 보여 줄라고 했었다.
혼자 나와보니 뭐 몬 놀것도 없지마는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가 좋다는 걸
몸소 느끼며 실감을 하였다. 있을 때 잘 해 줘야 할 일인데 있을때는
그걸 잘 모를때가 많으니 있음에 익숙해져 무뎌진 사람들은 명심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혼자라도 잘 나온 듯 하다. 지기의 소중함도 한 번 더 새기고
봉암저수지 한바퀴 돌고 나니 다음에는 어디를 또 가봐야 되겠다는 계획도 선다.
팔용산만 해도 가 볼 곳이 여러군데다
멋진 돌탑 공원도 있고 석굴이 있는 암자도 있고
한 번 와 보니 혼자서도 다시 또 올 수 있을 것 같다. ^^

 


저수지를 내려올 즈음 비가 툭툭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기 걱정할까봐 서둘러 내려왔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 줄라했는데 실컷 놀지는 못했다.
비가 오기도 했지만 밀쳐 놓은 공모전 준비 그림도 그려야하고
가만보니 이것저것 할 일도 많구만 왜 그렇게 나가고 싶었는지..
봄, 그래 바로 봄 때문이었나보다 핑계를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