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은 『ㅎ孃』이란 시에서 '아이갸나!'라는 예쁜 감탄사를 쓴 바 있는데,
이 시를 대하니 그 유쾌하고 간지러운 찬탄을 잠깐 빌리고 싶어진다.
'저 여자'의 아마도 고요할 듯한 이쁨과, 문득 눈이 멎은 순간의 화자의 설렘은,
또 미당을 빌린다면, "물빛 라일락"스러운 것일 듯하다.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같이 눈부신 것일 듯하다.
하늘님이나 슬며시 눈치채실 이런 복된 순간에 우리 생은 남모르게 한번
환히 피어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 그것은 또 여린 그늘이 그렇듯이,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이 그렇듯이, 잡히지 않는, 아무도 모르게 손 사이로
빠져나가고야 마는 것이어서, 마침내 한 순결한 쓸쓸함을 이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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