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소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정강왕릉 . 헌강왕릉 / 경주 서출지
#경린
2015. 9. 7. 20:10
경주 남산동에 있는 삼국시대 연못 서출지 신라 소지왕때 이 못 근처에서 왕비의 비행을 알리는 글이 나와 왕의 목숨을 건진 사연으로 서출지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입니다. 남겨진 글로 추정 해 볼 때 인공적이 못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연못으로 보는 견해가 많으며 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아름다운 연꽃과 배롱나무 붉은 꽃이 한층 멋스러움을 더해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아 꾸준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동궁과 월지나 보문정의 연꽃군락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하였으나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주위 풍경은 조용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주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정자 이요당 연못 서북쪽에 위치한 이요당은 조선 현종5년(1664)에 임적이라는 사람이 연못에 돌을 쌓아 그 위에 건물을 짓고 글을 읽으며 경치를 즐겼다는 곳입니다. 서출지와 정자 그리고 작은 마을의 어울림이 참으로 평화로웠습니다.
그 풍경속에 스며들 듯 벤치에 앉아 맛있게 냠냠하고 잠시 드러누웠다 왔더랬지요. 조용하면서도 한적한 것이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서출지 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로 옆으로 조금만 가면 정강왕릉과 헌강왕릉이 나옵니다. 이 또한 살랑살랑 걷기에 아주 좋은 코스입니다.
천년고도 경주에는 도시와 잘 어우러진 왕릉이 많습니다. 소나무 숲으로 아름다운 왕릉, 도시 여기저기 어딜 가나 신라의 왕들이 잠들어 있는 집체보다 큰 왕릉 등 천 년을 이어온 고대 도시다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일주일로도 경주를 다 둘러보기는 어려운지라 이 많은 왕릉을 다 찾아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해서 한국 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에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왕릉으로 소개 된 곳 중 몇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번에 둘러 본 곳 중 개인적으로 소나무 숲길이 아름다웠던 정강왕릉과 헌강왕릉을 먼저 소개할까합니다. 대부분의 신라 왕릉에는 어김없이 소나무숲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왕릉 가는 길은 솔숲의 향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감동을 먼저 선사합니다. 정강왕릉과 헌강왕릉도 소나무 숲길이 운치 있고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세월과 자연이 만들어낸 소나무뿌리의 산길, 솔내음, 숲내음 참으로 아름다운 길의 끝이 환하질 즈음이면 능이 보입니다.
서출지와 가까이 있는 정강왕릉입니다. 정강왕과 헌강왕은 통일신라 말기 국운이 기울어가는 시기의 왕들이라 다소 존재감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헌강왕 시기에는 태평성대를 누렸고 일본왕이 사신을 보내 황금을 바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왕릉으로 향하는 솔숲의 아름다움은 어느 이름있는 왕릉 못지 않습니다.
정강왕과 헌강왕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로 유명한 경문왕의 아들들입니다. 헌강왕이 재위 11년 만에 승하하자 손아래동생 정강왕이 즉위합니다. 정강왕은 재위 1년 만에 여동생인 진성여왕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세상을 떠납니다.
정강왕릉 봉토 밑에는 3단의 호석으로 축조되어 있습니다. 정강왕은 병으로 죽어 왕위에 있던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지만 능의 형식이 선왕인 헌강왕릉의 것과 같은 것은 태평성세를 누렸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런데 정강왕릉과 헌강왕릉 능의 주인은 추정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신라왕릉에 대한 연구경향은 봉분과 둘레돌 등의 외형적 모습을 서로 비교한 후 문헌과 접목시켜 왕릉 주인공의 진위여부나 위치와 선후관계를 밝히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헌강왕이 승하한 뒤 보리사(菩提寺)의 동남쪽에 장사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보리사를 기준으로 이에 해당하는 무덤을 헌강왕릉으로 비정하는 것이다. 출처 - 한국 민족문화 백과사전 정강왕 역시 기록에 보리사의 동남쪽에 장사지냈다고 되어있다합니다.
정강왕릉 헌강왕릉 두 왕릉이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아 같이 둘러보기 좋습니다. 숲이 울창하여 버섯들이 많은 산길을 따라 가면 금방 헌강왕릉이 나옵니다. 하지만 혼자가기에는 좀 무서운 산 속 숲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헌강왕릉은 정강왕릉과 비슷한 모습인데 원형 봉토분으로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무덤에 돌아가면서 4단으로 돌을 쌓았습니다. 이렇듯 4단으로 쌓아 올린 형식은 신라왕릉 가운데 좀 특별한 경우라고 합니다. 하기는 시내에서 본 왕릉들은 기단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고 지기의 말로는 주로 홀수로 기단을 쌓는다고도 합니다.
능 입구까지 나무뿌리가 계단 역할을 하였던 정강왕릉과는 달리 돌계단으로 흙 흘러내림을 막고 입구를 정갈하게 해 두었습니다.
헌강왕릉을 둘러 보고 내려 오는 길 역시 소나무들이 그렇게 굵지는 않지만 빽빽하게 들어서서 울창한 길입니다. 내려오면서 자꾸 뒤돌아봅니다. 구불구불 펼쳐지는 소나무의 향연이 입체적이면서 운치가 있습니다.
서출지도 한적하였지만 정강왕릉과 헌강왕릉 두 왕릉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발걸음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소나무숲의 그늘이 져 능 주위에는 잔디보다는 이끼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습니다. 두 형제분이 가까이 있어 덜 외로우시겠으나 사람들이 많이 발걸음을 하면 좋겠습니다. 경주시내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며, 뉘엿뉘엿 해가 기울어지면서 소나무 숲에 퍼지는 햇살이 아름답고 구불구불한 소나무숲이 주는 운치와 한적한 여유로움이 주는 평화와 안정을 누려 볼 수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