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그에 글을 쓰는 것은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치열한 인정투쟁을 벌이는 와중에 자신을 잃어가는
아수라장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SNS공간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페이스북을 하면서 느낀 건 이 공간 역시 오프라인 세상이 빠져 있는
강박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재미있어서 쓰는 것 같다. 아마 나와 같은 이유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적어둔 글을 나중에 읽는 재미가 있다.
다른 이들의 반응이 더해지면 더 재미있다.
'유체이탈'증세가 선천적으로 극심한 편이라 어느새 다른 이들과
같은 쪽에 서서 내 글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건 재밌고 이건 지루하군.
글이란 묘해서 어떤 목적이 앞서거나 읽는 이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앞서는 듯 보이는 글은 감흥을 주기 어렵다.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MRI에 '뽀샵'을 하고 싶은 욕구가
앞설 때쯤이 글쓰기를 집어치워야 할 시기일 듯하다.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중에서
교수님께서 읽어보라 과제를 내어주어 읽게 된 책 <개인주의자 선언>
표지앞 쪽에 붙은 저자소개글에서 부터 밑줄 그으며 어쩌면 내생각이랑
너무 비스무리함에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가고 있는 책이다.
학원게시판에 올릴 좋은 글들을 찾다가 그 글들을 모아두는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시작한 블러그...그때만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내블을 누가 찾는지도 어떤 블러그가 있는지도, 누가 내 글을 읽는지 조차도...
그러니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에 대해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느날엔가 내 의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달린 댓글.....완전 신기하였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였다. 이 사람이 누구지?
어떻게 내 블러그에 왔지? 뭐 때문에 댓글을 달았지?
뭐야? 뭐지? 오마나 무서워?....누가 날 지켜보고 있는거 같아..ㅠ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ㅋㅋ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 둘 이어지면서 아....나도 남의 집 포스팅
좋은 글을 아무렇게나 퍼 오면 안 되는거구나 인사라도 해야하는 거구나
하는 걸 깨달았고 오고감이 이어지면서 블러그 단장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말끔하게 청소하듯 정리도 하게 되었다.
구질구질 내멋에 즐기던 블러그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내 MRI에 '뽀샵'
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신경쓰이는 일이 되었다.
시간과 정성도 들어가게 되었다.
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어야하니 눈도 아프고 오른쪽 어깨,
팔, 허리, 다리까지 오른쪽의 총체적 문제에 한 몫하는지라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 싶을 때도 종종 있다.
그래도
이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읽어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아 계속하게 된다.
보는 시선들이 있으니 행색도 아주 말끔해져서 기특하기도 하다.^^
노트에 일기 안 쓴지는 너무 오래되어 까마득하다.
이제 블러그가 일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억의 장 정도라고나 할까
추억의 앨범이라고나 할까 그 비슷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되어도 색이 바래지 않고 가끔 지나간 것들을 사진과 함께 하니
어제일 같이 새록새록해서 좋다. ^^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미루어 둠이나 묻어 둠을 짬짬히 정리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는 것도 좋다.^^
어느새 봄
여인네들의 맵시가
노루귀 꽃잎 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이 가벼워졌다.
이래저래 유래없을 듯 한 하 어수선한 시국
이래도 저래도 변함없이 세월은 잘도 간다.
큰 행복보다 자잘한 행복들이 곳곳에 많이 많이 퐁퐁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