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 쇠항아리 /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 네 마음속 구름 / 찢어라, 사람들아 /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저녁 /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 볼 수 있는 사람은 / 외경畏敬을 / 알리라
아침저녁 /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 알리라 / 차마 삼가서 / 발걸음도 조심 /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 아, 엄숙한 세상을 / 서럽게 /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1930 ~ 1969)
시인의 작품활동은 1959년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되면서
시작 되었다. 1963년 첫 시집 <아사녀>를 내었고, 1967년 장편서사시 <금강>(1967)을 발표하였다.
그는 토착정서에 역사의식을 담은 민족적 리얼리즘을 추구하였으며, 특히
<금강>은 동학란을 소재로 한 '이야기시'로서 신동엽의 시세계를 대변하여주는 작품으로
과거를 통하여 현재의 상황을 원근법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위 시는 시인이 서른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뒤 발표된 유작시로
이 땅의 민중이 한 번도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맘껏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이다.
시가 거울이 되었습니다.
잡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 잡혔을 때 몹시 화가 났습니다.
생채기 더 깊어지기 전에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지킴의 댓가는 일시불로 당당하고 산뜻하게 처리하였습니다.
덕분에 제대로 바라보게 된 푸른 하늘
쇠항아리, 먹구름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푸른 하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니 있어도 올려다보지 않았습니다.
운명처럼 기회처럼 다가 온 푸른 하늘
자유로이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며 살자했습니다.
푸른 하늘을 보았을 때의 느낌
그 느낌을 알고, 자신을 찾아가며 더 강해졌습니다.
물을 만난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자신의 푸른 하늘을 본 사람은 압니다. 그 곳이 자유라는 것을
푸른 하늘에서 스스로가 소중한 이는 건강합니다.
겁낼 것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뭐든 다 할 준비가 되어 있음입니다.
자기의 마음만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푸른 하늘에서
과거의 어느 시점(그 시간이 어디 즈음이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음은
지금의 저의 하늘이 푸르기 때문입니다.
푸른 하늘을 보고나면
다시 먹구름 속으로, 쇠항아리 속으로 돌아갈 수 없음입니다.
사진 - 안동 '고산정' 가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