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울지 않아야 할텐데1

#경린 2010. 1. 17. 21:13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한참을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도무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그렇게 멍하니......

여유있는 시간을 내어
상담일지 점검하는 일을 하였다.

첫 번째 상담내용
한 학생의 결석 사유.....
그 글을 읽고 더는 못 읽을 일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석을 자주 하고...
내일부터는 성실하게 다니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했다는 내용.......

그 글을 읽는 순간 눈앞이 계속
뱅글뱅글 돌더니 다른 글자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이제 초등5학년이 될 아이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얼른 학적부를 뒤져 보았다.

1월29일 ~ 2월5일까지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못 온다는
메모와 함께 아이의 결석처리가 되어있는
무정한 학적부.......

아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음의 병이 왔는지 병결이 잦았고
며칠 전에는 아버지 성묘를 다녀왔다고
기록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춘계 방학을 하고 아버지를
뵙고 온 모양이다. 그리고는....
그 다음 날 다시 결석을 하였고......

그런데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려 주지 않은 담임선생님을
책망하기 이전에 너무 미안했다.

아이의 마음이 어떠할까......
이 짧은 기록만으로도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고 눈시울이 적셔지는데....
그 아이는 오죽할까......

이제 초등5학년이 될 아이....
그 어린나이에 아비를 잃고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을 겪었을 그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일부터는 성실하게 공부하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했다는 그 아이가
자꾸자꾸 가슴을 후벼 판다.

아이의 이름 석자만으로는 아이 얼굴이
떠 오르지 않는데...마음은 너무 아프고...
그 또한 미안스럽다.

내일은 그 아이를 만나 보려한다.
어떤 말을 해 줘야 할까........
그 어리고 여린 영혼에게......

그 아이를 앞에 두고 울지 않아야 할텐데...
울지 않아야 할텐데.......

2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