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 권혁웅

#경린 2012. 1. 17. 22:50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 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 권혁웅





물결이 물결을 만나 만들어 낸 무늬 수줍게 내려 앉은 하늘빛 흔들림 넣어 담았습니다. 그 위로 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