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다시물 얹혀 놓고 느긋하게 책 들고
쇼파에 누웠자니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후두둑!!
소나기다.
까만글 따라 다니느라 습기 고픈 눈은
아! 시원해~~~
입추라 카더마...가을을 데불고 오는 비 인가비여....
귀는 말이 필요 없다
부랴부랴 신발도 안 신고 빗속으로 먼저 마실 나가 버렸다.
소나기는 굵어져 성난 남정네가 되었다
다시 가늘어져 수줍은 여인네가 되었다
그쳤다가 다시 오고
그 짧은 시간에 이 얼굴 저 얼굴 분장 해가며
재미나게 놀더니
짜달시리 오래 놀지도 않았는데
뭐가 심사가 뒤틀렸는지 구름 몰고 가버렸다.
마실 나갔던 귀는 풀 죽어 들어와
쇼파에 털석 주저 앉는다.
햇살이 다시 반짝반짝 약 올리듯
거실 안 쪽까지 기세등등 들어온다.
스파트필름 세자매 혀를 날름날름 남아 있는 습기를 핥고
비에 해실거리고 웃던 산호수열매
어느 새 햇살에 볼 비빈다.
드라세나 새초롬 비켜 서 눈 흘기니
셀럼 모른 척 햇살 향해 고개 돌리고 눈 감는다.
그 와중에도 호야는 무심히 엎드려있다.
가을은 좀 더 있다 올 것이라며
허리 쫙 피고 마루에 누워버린 햇살
그 팔자 부러워 실눈으로 멍때리고 있자니
몽실몽실 햇살 따라 말라가는 간지럼에
귀가 소삭인다. 벌써 그립다고
보채는 소리 넘어 국수 다시물은
더 깊은 맛을 내겠다며 보글보글
비도 담고 햇살도 담은 다시국물에
국수 말아 먹으면 맛나것다고
콧구멍이 벌렁벌렁
8월 입추...소나기 오락가락 / 경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