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린
2009. 8. 8. 13:12
책상위 한 쪽 예닐곱개 작은 화분
전임 동료가 주고 간 미니 스파트필름
집에서 들고 온 난쟁이 선인장, 꼬맹이 산사베리아
화원 지나다 작은 것이 어찌나 앙징맞고 싱그러워 보이든지
발걸음 못 떼게 해서 사 가지고 온 싱고니움
동료가 사 준 미니 홍콩야자와 키다리 스파트필름
마니또 친구가 사 준 사랑의 칼라 산호수
옹기종기 어깨동무하고 모여 앉아
숨 막힐 듯 한 사무실을 신선한 공기 팡팡으로
생기발랄, 화기애애 ......
덩달아 바라보는 사람도 쌩끗....^^
오마나 그런데 우찌 이런일이
칼라 산호수가 물이 고파 팩 꼬꾸라져뿌렸다...
그렇잖아도 숏다리인데 시들어 움츠린 저 가련한 모습
"아이고 머니나!! 이를 워쩐디야~~~"
갑작스런 호들갑에 주위 동료들 무슨일이냐고
왜려 토까이 눈이 되고......
사태파악...........
산호수를 선물한 동료는 바리 도끼눈하고 쳐다보는디..
"아야!! 극정인들 하들 마라.. 내가 누고..바리 살리 노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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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화분을 들고
다리가 보이지 않을 만치 빠른 속도로 화장실로 직행....
물 고픈 산호수에게 폭포수 같은
단물을 쏴아아~~~
그 소리만으로도 우찌나 시원한지....^^*
"애궁! 미안해라...
내 배 고프면 밥 묵고, 목 마르면 물 마시면서...
나만 바라보고 있는 너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미안해서 우짜노...."
다른 화분은 모두 물받침 해 주어
주인장이 바빠 눈 밖으로 밀쳐놓아도 말짱한디
산호수분만 작기도 작고 물받침이 없는지라....
요리 가슴아픈 사태가....이궁.....
암만 귀엽게 아양을 떨고
물고프다고 슬픈 싸인을 보내도
바쁘다꼬 함 쳐다 봐 주지도 않는
주인장이 울매나 야속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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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받침이 될 만한 것이 없나
눈에 불을 밝히고 찾아 나섰다.
동료들 책상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쌑쌑이
이 잡듯이....휴.....
일단은 뒤지고 보는데....
오예! 궁하면 통하나니...^^
다행히 창고에서 납작하고 오목한 사기그릇 발견!!
산호수에게 물을 한번 더 흠뻑 주고
제자리에 올려놓으니
물받침에 흥건히 물이 스며나오고
바라보는 사람 입이 절로 벌어진다.
농부가 제논에 물들어갈 때 아마 이런 기분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는 골백번도 더 산호수를 쳐다본다.
근데 그 시원한 물을 마시고도
꼬꾸라진 허리를 쉬이 못 피는 산호수
그것을 선물한 마니또 동료에 대한 미안함까지 더해져
내내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우찌나 아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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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서야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산호수....
이궁! 고마워라......이뿐 것....대견한 것.....^^
쬐그만 창문에 썬팅까지 되어 있어
햇빛도 안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형광등의 가짜빛을 태양이라 여기며
이 척박한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늘 싱그러운 미소를 선사 해 주었는데......
잠깐의 무관심이 우찌나 미안한지......
드디어 푸를창창 허리피고 웃고 있는 산호수에게
손 흔들고 퇴근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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