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고았던 휴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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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으로 향한 베란다 덕에 오후내내 겨울햇살 들어와 동글동글 굴러다니며 노닐다 간다는 걸 오늘 알았다. 햇살이 머문자리마다 따뜻하게 데워져 온실같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록이들은 매일 찾아와 이 구석 저 구석 핥고 닦아주는 겨울햇살을 아니 사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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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아침 일어난 사랑초는 부지런히 몸단장을 하고 햇살의 사랑을 잉태한 산호수는 빨간열매를 보란듯이 내민다. 바람은 투명 유리밖에서 보기만 할 뿐 만져보지 못하고 몸살스러이 울기만 하는데 겨울햇살은 주인의 허락도 필요없다 당당히 들어와 빵그르르 굴러다니며 사랑을 한다.![]()
베란다 한 쪽 구석탱이에 방석 하나 던져 놓고 삶에 지친 두다리 쭉 피고 퍼지르고 앉아 그들 사랑놀음에 끼였다. 눈이 부신다.눈 감으니 햇살이 눈꺼풀 위로 내려앉아 키스를 한다. 붉은 장미꽃이 피어난다. 음...따뜻하고 좋다. 잠깐 오수에 빠져드는데.... "옴마, 그기서 뭐하는데??" "뭐하긴 보면 모르냐? 햇살이 너무 좋아 햇살 아래서 책 읽지" "옴마....영화 찍나??" ㅋㅋ 문디가스나... 지금 한참 햇살이랑 사랑중이구마.. 분위기 다 깨고 있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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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해는 정말 짧구나... 아직 다섯시도 안 되었구만... 더 놀다 가지... 겨울 속 봄인 사랑초는 분홍색 꽃잎 아직도 가을이고픈 산호수는 빨간열매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여름으로 담고 싶은 호랑이 발톱 봄을 기다리며 더 짙게 초록을 내민 앵초잎 겨울잠을 준비하면서 더 오동통 살이 오른 돈나무 따뜻하고 포근하고 행복했던 햇살이 빨간 여운을 남기고 저 산넘어 가버리자 모두들 자불거리든 온몸을 부르르 떤다.![]()
아... 햇살의 가는 뒷모습도 어쩜 저리 고우냐... 헤질넛 커피 한 잔 들고 초록이들과 함께 해님 배웅하는 그 시간이 아쉽기만 한데 울곰만디 또 제대로 깨는 소리 한다. "옴마, 영화 고만 찍고 밥 묵자" 으이그....ㅋ 2010년 12월 첫휴일 햇살이 참 고았다 / 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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