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올 겨울에 온 소식
#경린
2011. 1. 20. 17:57
내가 태어난 날은 겨울 속 따뜻한 남녘에도 가끔은 눈구경을 할 듯한 그런 겨울 속이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 짧은 해가붉게 갈 채비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할 즈음 어머니는 나를 낳으셨다고 하셨다. 말이 힘든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여물을 받는 때이니 시를 잘 타고 났다고도 하셨고, 여자이면서도 남자 못지않은 짐을 지고 가야하는 견복도 타고 났으니 남의 일이든 네 일이든 마다하지 말라하셨고 시집은 늦게 가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올 겨울은 우짠 일로 눈이 자주 내렸었고 춥기도 추워 어쩌면 온세상이 하얀 생일날 아침을 맞을란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한파로 온세상이 꽁꽁 얼어 붙어 버렸다. 96년 만에 찾아 온 추위란다. 내가 태어 난 이후 이렇게 추운 날은 처음 인 것이다. 며칠 전부터 수도관이 얼어 학원물이 안 나오는 중 날씨가 좀 풀렸다고는하나 물은 며칠 째 나오지 않고 있다. 요며칠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에 사용 할 비상시 물부터 받아 나르는 것이다. 견복은 타고 났다고 하더만........ㅎㅎ 음....^^
해군에 지원하고 면접을 봐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과가 나왔고 2월14일 입대를 한단다. "하이고야, 축하한다. 잘 되었네 그래 기왕에 맘 먹은 거 빨리 갔다 오는 것이 좋지" 아들 군입대 한다는데 너무 좋아하는 것인가?? ^^ 한 학년을 마무리 짓는 이즈음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맘 먹은 때에 못 가고 밀려서 가기도 하고 군입대를 재수해서 가기도 한다는지라....... 이 시기에 입대를 해야 군복무를 마치고 와서 바로 복학도 할 수 있고, 또 맘 먹은 때에 바로 가야지 몇 달 늦춰져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해군지원이 1차에서 떨어지면 바로 다시 육군을 지원해서 입대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던 참이었다. 육군의 복무기간이 조금 짧으니 조금 늦더라도 복학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니..... 지독한 엄마라고 주위에서 놀린다......쩝...^^ 그런데 맘 먹은 시기에 원하는 해군으로 그것도 친구와 함께 같은 시기에 같이 가게 되었다니 냅다 축하한다는 말부터 나왔다. ^^ 지독한 엄마를 면하게 해 주었으니 고마워서리...ㅋ
3년 전엔가 구입한 네비게이션....업그레이드 시킬 기간이 지났다고 킬 때 마다 메세지가 떠는데 모르체하고 다녔다. 그거 볼 때마다 3년이면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겠구만 업그레이드 좀 시키라고 잔소리 하던 아들, 군대가기 전에 지가 해줘야 겠다며 며칠 전에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지네들 좋아하는 요즘 노래도 많이많이 넣고 엄마를 위해서 올드팝송도 넣고.... 언젠가 민경훈이 부른 노래가 좋다고 한 걸 기억하고는 민경훈 폴더 따로 만들어 넣고.... 영화 좀 다운받아 넣어라고 했더만 안그래도 엄마는 길치인데 운전하다 영화보면 절대로 안된다고 그건 안 넣었단다..ㅋ 업그레이드 시키니 좋기는하다.. 얼마 전 지은 건물들까지 몽조리 다 표시 해주니.....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정한 알바는 못하고 건설현장 아르바이트 하더만 내 생일날 엄마사고 싶은거 사라며 봉투에 10만원 넣어서 주는 아들, 이걸로 머 할까.....?? 요며칠 궁리 중인 옴마...ㅎ^^ 이제 입대 할 날짜까지 확정이 나고....이것저것 본격적으로 나름의 준비를 한다고 바쁠 것 같은 아들,나는 뭘 준비해야 하나.....??시집 늦게 가야 좋다고 하셨는데 부모님 말씀 어기고일찍 간 덕분(?)에 친구들 중 제일로 먼저 아들을군대로 보내는 엄마가 되었다.2월 중순이면 아직 추울 때인데..... 아... 나도 이제 아들 군대 보낸 엄마대열에 끼는구나.... 첫아이 초등학교 입학시켰을 때의 어린 엄마처럼 어울리지 않는 노파심이 갑자기 발동하는 것일까.... 만감이 교차한다. 무덤덤히 잘다녀 오라고 등두드려 보낸 강한 옴마도 마지막 입고 간 아들 옷 소포 받고는 다들 운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