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 경린
이 길이 나의 길이다는 설레임으로 들어선
그 숲길엔 융단과도 같은 이끼와
신록사이의 고운 햇살이 키워낸
아름다운 꽃들이 마냥 신나고
싱그럽기만 했습니다.
단물의 옹달샘도 있어
깔깔하게 메말라 있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고,
산딸기의 달콤함에 온 입이 붉어
지도록 취해 해가 넘어가고
달이 뜨는 줄도 몰랐습니다.
점점 숲 속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쌩뚱 맞고 낯 선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 일 때는 무서웠습니다.
조기 앞에 도끼눈을 하고 있는 것이
나를 향해 뛰어 들 것만 같았습니다.
되돌아 나가고도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수도 없었거니와
걸어온 길 위에 핀 꽃들을 되 밟으며
되돌아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눈 앞의 아름다운 풍경은 어느새 시들었고
맛난 열매도, 시원한 단물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에 떨고 있는 눈 앞에 아스름히
보이는 새로운 사잇길...길인지 풀숲인지...
아! 내가 가야 할 길은 저기로구나..
험난 해 보이누나..가시밭 길 이로구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쓰러지자
조롱이 마구 짓밟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돌부리에 포기 할 모양이었으면
시들어져 버린 동산에 새길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며
새로운 신록의 유혹을 마다하지 않았을것입니다.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나 다시
두 팔에 두 다리에 불끈 힘을 실어
길이 없는 길을 걷습니다.
할퀴고 넘어져도 내가 만들어가는 이길이
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믿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 그들의 길이 되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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