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경린 2011. 3. 12. 00:15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 경린

이 길이 나의 길이다는 설레임으로 들어선 그 숲길엔 융단과도 같은 이끼와 신록사이의 고운 햇살이 키워낸 아름다운 꽃들이 마냥 신나고 싱그럽기만 했습니다. 단물의 옹달샘도 있어 깔깔하게 메말라 있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고, 산딸기의 달콤함에 온 입이 붉어 지도록 취해 해가 넘어가고 달이 뜨는 줄도 몰랐습니다. 점점 숲 속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쌩뚱 맞고 낯 선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 일 때는 무서웠습니다. 조기 앞에 도끼눈을 하고 있는 것이 나를 향해 뛰어 들 것만 같았습니다. 되돌아 나가고도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수도 없었거니와 걸어온 길 위에 핀 꽃들을 되 밟으며 되돌아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눈 앞의 아름다운 풍경은 어느새 시들었고 맛난 열매도, 시원한 단물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에 떨고 있는 눈 앞에 아스름히 보이는 새로운 사잇길...길인지 풀숲인지... 아! 내가 가야 할 길은 저기로구나.. 험난 해 보이누나..가시밭 길 이로구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쓰러지자 조롱이 마구 짓밟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돌부리에 포기 할 모양이었으면 시들어져 버린 동산에 새길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며 새로운 신록의 유혹을 마다하지 않았을것입니다.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나 다시 두 팔에 두 다리에 불끈 힘을 실어 길이 없는 길을 걷습니다. 할퀴고 넘어져도 내가 만들어가는 이길이 나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믿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 그들의 길이 되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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