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기다림 / 박경리

#경린 2009. 8. 8. 18:35







기다림 / 박경리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초목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

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손톱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