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108

베란다정원의 봄과 여름

비가 오면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인지 비오는 날 베란다 사진이 봄의 것도 있고 여름이 오고 있는 즈음의 것도 있다. 봄에는 앵초가 피어났고 그 뒤 한련화 붉은 꽃이 피고 지는가 싶더니 6월 어느 날은 수국이 한창이다. 수국이 지고 나면 라임색 목수국꽃이 등불 밝히듯 피어날 것이다. 때를 알고 그에 맞추어 피어나는 것이 신기하다. 밭에 가면 잡초들도 그 때라는 것이 있다. 겨울 찬기운이 가시기 전 제일 먼저 꽃을 피워내는 것이 보라빛 개불알꽃이다. 처음엔 그 앙징스러움이 이뻐 그냥 두었는데 그 무성함에 나의 꽃과 나무들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이는 족족 뽑아 버린다. 한삼덩굴, 쇠뜨기, 도깨비바늘이 제일로 골치 아픈 잡초들이고 이름도 모를 잡초들이 수서대로 줄지어 올라온다. 한가지 뽑고 나면 그 다음 또 다른..

일상의 주저림 2023.06.16

배달로 온 과일요거트

햇살이 얇은 옷을 뚫고 살을 파고 들 정도로 따갑고 간간히 온 듯 만듯한 비로 인해 습함은 더위의 강도를 더 올리고 있는 요즘이라 더 덥나 하였더니만 역시 절기는 못 속인다. 초복이란다. 초복이니 뭐니 챙기지 않고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며늘애가 선생님들과 시원하게 먹으라고 과일 요구르트 꾸러미를 보내왔다. 세상은 참 좋아졌다. 김천 사는 아이들이 핸폰 앱 하나로 이렇게 챙겨 보내다니 말이다. 스승의 날에는 꽃다발, 생일에는 케익 등 그때그때 배달되어 온다. 기특하고 고마운 부분이다. 배달의 민족 다움을 실감하는데 나는 아직 그 앱을 깔지 않았고 직접 이용을 해 본 적이 없다. 코로나로 몇 년간 학원 내에서는 모여 앉아 식사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요근래에는 규제가 좀 풀려 스승의 날이나, 방학을 했다고..

일상의 주저림 2022.07.16

어쩌다 보니 밭농사

5년 전 즈음 대지가 붙은 밭을 샀다. 땅을 몇 번 사고팔아 재미를 보았던지라 투자가 목적이었다. 돈을 은행에 넣어 둬 봐야 이자도 없고 딱히 뭔가를 하기도 그렇고 그냥 땅에 묵혀 두자 싶었다. 전원생활을 꿈꾸고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과는 맞지 않는 땅이기도 하고 농사를 지어 본 적도 없어 밭을 그냥 묵혀 두고 있었다. 땅을 살 때만 해도 사실 그런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강제 처분할 예정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1년의 유예기간을 준다고 하였다. 사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친정아버지께 알렸더니 밭을 팔아야겠다며 부동산에 내놓았다. 다시 연락이 오면 그렇게 얘기하라고만 하셨다.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어영부..

일상의 주저림 2021.12.01

오랜 친구들과 함께 (창녕 농막에서)

학교 때 친구들은 학교 다닐 때야 늘 붙어 다녔지만 결혼 후 뿔뿔이 흩어져 살아 얼굴 보기가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아이들 어느 정도 키우고나서야 그나마 시간을 만들어 1년에 한 번 정도 얼굴 보며 살게 되었다. 아직 자녀를 결혼시킨 친구는 없지만 학교 다니는 자녀가 없고 대부분 독립을 시킨 상태다. 같이 산다 해도 경제적으로는 독립을 한 터라 자녀나 남편에 대한 그러니까 주부로서의 의무감에서 어느 정도는 해방이 되어 얼굴 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코로나의 장벽은 높아 얼굴을 못 보고 지내다가 모두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끝내고 나서야 만나게 되었다. 수원 친구 농막에서 약 2년 만에 만남을 가지고 물꼬가 트여 창원 친구의 창녕 농막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옆지기들을 모두 대동하고 8..

일상의 주저림 2021.12.01

5도 2촌을 실천 중인 친구네 농막 나들이

5도 2촌 주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 보내는 것이 40~50대의 로망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전원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우리도 그렇다. 내 친구들도 그렇다. 친구들 중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친구가 둘 있어 그곳을 다녀왔다. 가을여행을 계획하며 어디를 갈까 서로 의견을 내던 중 수원 친구가 자기네 농막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작년에 땅을 사 맞춤 농막을 들이고 땅을 일구어 나무심고 채소 심어 주말마다 그곳에서 보낸단다. 어떤 곳인지 진적부터 궁금도 하였다. 지기도 맞춤으로 재작하여 들인 농막이 어떤지 궁금하였다며 수원까지 직접 운전 해 에스코트하겠다고 하였다. 지기 혼자 남자라 그러하니 수원 친구 옆지기도 토요일 일찍 퇴근 후 합류를 해 주겠다 하여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수원 ..

일상의 주저림 2021.11.25

쑥이랑 냉이 튀겨 맛있게도 냠냠

주말을 이용해 남도 쪽 매화를 보기 위한 상춘객으로 고속도로도 주차장도 대란이라고 하였다. 지난주 남도여행 때만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일주일 차이가 봄꽃 피어나는 속도만큼이나 큰 듯한 요즘인 듯하다. 그렇게 봄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남도 쪽이 미어터진다는 뉴스를 듣고 그냥 가까운 주남저수지로 봄햇살을 만나러 갔다. 주남지 들어가는 입구에는 그 사이 큰 카페가 하나 더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주차장도 만차 수준이었다.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이 이 화사로운 봄날 그냥 집에 있기는 그렇고 다들 나온 모양이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 예방 때문에 저수지 둘레길은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오후로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라 멀리 가기도 그렇고 ..

일상의 주저림 2021.03.14

귀한 손님이 오다

새해가 시작되는 연초 주말을 이용해 아들이 여자 친구와 같이 온다는 전화가 왔다. "엄마, 주말에 00이 데리고 내려갈 거니까 맛있는 거 해줘" 청량한 새끼뻐꾸기 소리를 들은 듯 설중 매화향기를 맡은 듯 반가움이었다. 함께 살고 있지못하는 아들의 방문은 늘 반가운 일이지만 여자 친구까지 데려온다니 배가 되었다. 아들 여친을 처음 본 건 작년 초여름이었다. 처음 왔을 때는 내가 박사논문 마무리로 그야말로 정신없을 때라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한정식집에서 점심만 같이 먹고 보냈다. 호수를 한 바퀴 할 요량으로 그 한정식집을 선택했는데 그날따라 너무 더워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뒤에 들으니 여친이 창원은 처음이라 차로 창원 시내를 한바퀴 드라이브하고 유명한 까페가서 차도 마시고 했다하여 잘..

일상의 주저림 2021.02.21

좌충우돌 베란다 놀이터 1년

작년 2월 이전 한 학원은 뒷베란다가 꽤 넓습니다. 집에 있는 화분도 가져가고 꽃시장 가서 이것저것 맘 가는 것 마다 사들고 왔습니다. 흙을 퍼다 나른다고 지기는 고생을 하였지만 저는 참말로 신이 났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어딜 제대로 가지는 못했는데 부산 석대 꽃시장은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주말마다 갔던 것 같습니다. 석대 꽃시장도 코로나 타격을 입어서인지 예년에 비해 사람의 발걸음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주말마다 등장하는 저 부부는 뭐하는 사람들이지? 하고 보았을 지 모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비리비리 하던 앵초가 야외 베란다로 이사 온 것이 반갑다는 티를 내며 제일로 먼저 꽃을 피웠습니다. 도심의 건물이 밀집 해 있는 사이의 베란다라 햇살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꽃들..

일상의 주저림 202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