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주남지 가는 낯선 길에서 만난 복사꽃

#경린 2013. 4. 14. 20:43

 

휴일 비가 온다 하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늘이 찌푸딩딩 황사 자욱~~나갈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봄인데..ㅋ 대충 집안 정리정돈하고는 북면 온천장으로 나섰다. 혼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 딸아이가 고딩이 된 뒤로는 같이 나들이 나갈 시간이 화악 줄어버렸다. 토.일요일 모두 학원을 가야하니...돌아서면 모의고사에 내신시험..휴~ 다른부모들은 자식이 고딩이면 같이 고딩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이 봄이 넘 화사하여서리...ㅋ

 

그런데 보통때와는 달리 창원시내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도로가 꽈악 막혀 승용차들이 줄줄이 사탕이 아닌가... 봄나들이 간다고 그런것인가..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길이 막히는 것은 처음보는 일이었다. 왜그런가 싶었더만 천주산 진달래 보러가는 차량이라나.... 진달래축제는 21일부터인데 천주산의 진달래는 이미 만개하였고 벌써 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산의 꽃들도 올해는 일찍 개화를 하는 모양이다.

 

등산복은 입지 않았지만 트레킹화를 신었고 작은베낭에 생수도 한 병 있고....... 이대로 저들을 따라 천주산 진달래를 보러 갈거나.. 가는 길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긴 하지만 차들을 따라 사람들을 따라 가면 될 듯하기도 하여서리..... 진달래를 보러 가는 차들을 따라 나도 천주산으로 고고씽하고 싶은 맘이 완전 갈등을 이루었지만 걱정할 지기를 생각하여서리 그냥 온천으로 고고...^^

 

온천장에서 나오니 비가 한 두방울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말짱하길래 이불빨래해서 옥상에 널어 놓고 온지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다가 주남저수지로 가는 이정표를 발견.. 에고 다 젖는 것도 이불 팔자고 걷어서 다시 빨지 뭐 하고는 비오는 주남지를 보고싶어 방향을 바꾸었다. 근데 이넘의 길치....이정표만 보고는 못 찾아가겠기에 네비 아가씨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주남지를 치니 여러개가 쫘악 뜬다. 그 중에 제일로 낯선 주소지를 클릭~ 안 가 본 길을 택했다.

 

낯선 길은 평소에 다니던 길과는 완전히 달랐고 도로가 주남저수지를 끼고 돌고 있었다. 달리면서 주남지를 보는 것이 좋았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지만 달리다 만난 복사꽃 가득핀 과수원은 우찌나 이뿐지..... 차를 길가에 아니 세울수가 없었다. 복사꽃은 절정을 지나 지고 있어 아쉬웠지만 그 화사함이 아직 남아 있어 몇 컷 담아 봤다. 복숭아나무 아래에는 냉이가 천지였고 자운영도 피어나 꽤 나이 많은 듯한 복숭아 나무에서 피어낸 꽃을 나처럼 황홀히 열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음...자운영 보니....그 곳에도 자운영 곱게 피었겠다.....

 

네비아가씨의 말을 귀기울이지 않아 길을 잘못 들어서 만나게 된 꽃잔디의 화려한 분홍위로 비가 좀 더 많이 내렸다. 제법 올라나.....제대로 비 내리는 주남지를 볼 수 있으려나...??

 

꽃잔디 분홍이는 어느집 정원과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주인장이 꾸민 것인지...좌우지간 이뻤다. 낯선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 잠시 머물게 할 만치...... 비야 오거나 말거나 비를 맞아 가면서 또 몇 컷~

나이드니 별게 다 눈에 들어온다. 작은 텃밭에 심겨진 대파 한무리가 곧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우찌나 탐스럽고 싱그러워 보이는지...^^

길을 잘못 든다는 것은 이런 매력이 있는거 같다 생각지 않은 이렇게 소담스러운 이뿐풍경을 만나는....^^

이번에는 네비아가씨의 말에 귀를 기울여 삐툴삐툴 시골길을 꼬불꼬불 접어 드니 저수지가 나타났다. 목적지에 도착하였다며 네비 아가씨는 퇴장을 하였는데 너무 낯설다. 여기가 어디야....잉

 

내가 주로 주남지라고 찾아 갔었던 생태학습장이나 전망대가 있는곳과는 완전히 딴모습의 낯선 주남지...정답게 다가오기 보다는 비 오는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가면 우찌되어 있나 가보자... 다시 꼬불꼬불 비포장 저수지 주위의 길을 따라 들어가니

 

배를 탈 수 있는 곳이 나타났다. 선착장이라고 하기에는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은..... 하...이런 곳도 있었나...... 오리보트도 한 쪽 구석탱이에 혼자 외로이 동동~~

 

비릿한 민물생선 비린내가 자욱한 위로 비가 잦아 들고 있었다. 낯선 곳, 사람들이 찾지 않는 듯한 곳은 쓸쓸함 그 자체였다. 비 오는 날 혼자 이런곳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는 화사하고 따뜻한 봄의 또다른 외로운 그림자가 발길을 서둘러 돌리게 하였다 맞은편에 있을 낯익은 주남지 생태공원쪽으로 네비아가씨의 도움을 받아 갔다.

 

차를 세운 곳에 제비꽃들이 동글동글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다. 하얀 제비꽃, 보라 제비꽃... 하이고 반가와라 며칠 제비꽃타령을 하였더만....ㅎ 차 트렁크에 있는 꽃삽으로 한 삽 푸욱... 여기저기 천지네.....몇 삽 더 푸욱........ 야생화 전시장에 들러 다육이 몇개와 겹동이나물 하나를 구입해서 비오는 주남지고 뭐고 저수지는 볼 생각도 않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제비꽃이 시들 해 질까봐......비는 어느새 그치고 있었다.

 

겹동이나물

집에 와서 겹동이나물 모종을 옮겨 심으며 절로 나오는 말 아니..이뿐것들 많고 많더만 우찌하여 내눈에는 네가 이뻐보였을까... 쬐그만 네가 말이다. 꽃도 아닌 나물인 네가 말이다. 그나저나 제비꽃이 씩씩하게 살아줘야 할 건데... 괜시리 또 욕심을 낸 것은 아닌지...자꾸자꾸 베란다를 들락날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