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여름꽃들 / 문성해

#경린 2013. 6. 30. 23:19

 




여름꽃들 / 문성해 사는 일이 강퍅하여 우리도 가끔씩 살짝 돌아버릴 때가 있지만 그래서 머릿골 속에 조금 맺힌 꽃봉오리가 새벽달도 뜨기 전에 아주 시들어버리기도 하지만

 




부용화나 능소화나 목백일홍 같은 것들은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빌리지 않고 정면으로 핀다 그래 나 미쳤다고 솔직하게 핀다 한바탕 눈이 뒤집어진 게지 심장이 발광하여 피가 역류한 거지

 




거참, 풍성하다 싶어 만질라치면 꽂은 것들을 몽땅 뽑아버리고 내뺄 것 같은 예측 불허의 파문 같은 폭염 같은 깔깔거림이

 




작년의 광증이 재발하였다고 파랗게 머리에 용접 불꽃이 인다고 불쑥불쑥 병동을 뛰쳐나온 목젖 속에 소복하게 나방의 분가루가 쌓이는 7월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쳇바퀴 속 녹록하지 않은 시간들 속 초록이들은 자기가 피어날 때를 잘도 알고 딱딱 맞추어 피어납니다. 작열하는 7월의 태양아래서도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도 고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맘을 너그럽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