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아름다운 시절 / 박우현

#경린 2009. 9. 20. 14:23

      아름다운 시절 / 박우현 비가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때가 있었다 장마 속 소나기가 좋을 때가 있었다 일년 내내 비가 와도 좋을 때가 있었다. 그럴 제 여름에 내리는 비는 얼마나 싱그러운지 비 맞는 나무는 얼마나 관능적인지 눈을 감으면 귀가 즐겁고 눈을 뜨면 눈이 즐거웠다 우산을 쓰고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온몸이 즐거웠다 오감이 즐거웠다 비는 가로등불이 켜져도 계속 내렸다 슬며시 황혼병이라도 찾아들고 좋아하는 이들 곁에 있어 노르스름하게 익은 막창을 청량고추 가득 넣은 막장에 찍어 살얼음이 된 이시린 소주 한 잔 걸치면 열락(悅樂)이 따로 없었다. 방금 내온 계란찜같이 따뜻한 시간들이 숯불로 사위어갔다 비는 밤새도록 별빛처럼 내렸다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비는 밤새도록 별빛처럼 내렸다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맘가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정현종  (0) 2009.09.26
    고운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 작자미상  (0) 2009.09.20
    사랑의 말 / 김남조  (0) 2009.09.19
    가을햇볕 / 안도현  (0) 2009.09.12
    코스모스 / 이해인  (0) 200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