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젖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 나희덕
|
'맘가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심코 뿌린 말의 씨앗 / 이해인 (0) | 2010.06.26 |
---|---|
바람은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 채근담중에서 (0) | 2010.05.23 |
인생이라는 길 / 이정하 (0) | 2010.04.24 |
키탄잘리 1~5 / 타고르 (0) | 2010.03.21 |
장영희 <생일> 중에서 (0) | 2010.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