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환장 / 김용택

#경린 2010. 12. 5. 17:07



환장 / 김용택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한줄기 바람에 날려 흐르는 물에 떨어져 멀리멀리 흘러가버리든가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오래오래 앉아 놀다가 산에 잎 다 지고 나면 늦가을 햇살 받아 바삭바삭 바스라지든가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너는 나의 색깔로 나는 너의 색깔로 서로에게 물들어 한 날 한 시에 떨어져 물 따라 어허둥둥 흘러 갈 수만 있다면 너는 나의 언어로 나는 너의 언어로 서로에게 길들어져 한 날 한 시에 떨어져 땅 속으로 스며 한 몸 될 수 있다면 그나저나 함께 물들어 하나만 떨어지고 달랑 하나만 남으면 어쩌누.....

사시사철 철 모르고 푸른 상록수는 그래서 꽃물 한 번 못 들여보고 푸르기만 한가보다 어는 날 갑자기 후두둑 떨어져 가버리는 아픔이 싫어서 꽃물이 드는 그 순간의 환희도 포기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