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ndy
그 여자 생각 / 김용택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창문으로 들어 온 선선한 바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향기롭고 보드라워서 두 손을
내밀어 바람을 잡는다. 만무(萬無)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또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와 내 얼굴을 스친다.
손을 내밀어, 잡는다. 만무다. 이렇게 눈감고 바람하고
놀 때는 생이 꿈인지, 꿈이 생인지 분간이 안간다.
꿈을 깨려고 창 밖을 내다보면 아이들도, 바람을 잡으러
뛰어다닌다. 까만 머리칼이 휘날린다. 문득 한 아이의
손이 보인다.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간다. 흰나비는
날아가지만, 나풀나풀 땅에 닿을 듯 날아가지만,
아이들은 나비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가을이라 다 물들고, 다 진다.
배추, 텅 빈 들에 파란 배춧잎에 흰 서리가 내렸다.
해 저문 텅 빈 들판 끝에서 한 처녀가 배추를 머리에
이고 온다. 펄럭이는 치맛자락, 소쿠리에 담긴 배추잎이
출렁거린다. 너울너울 춤을 춘다. 산밑 작은 마을,
여자는 사랑의 합의를 본 듯 발걸음이 경쾌하고 몸은
싱그러워진다. 그 여자, 깜박,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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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시에서도 아름다이 피어 난다.
남자...그 것도 피워보면 우찌 필 것 같기도 한데..ㅎ
딸애는 시험 공부한다고 이 책 저 책 뒤적뒤적
나는 잠이 오지 않아 이 생각 저 생각 뒤적뒤적
모처럼, 때 맞춰 저녁밥 든든히 먹어 주었더니만
등 따시고 배 부르니 초저녁인데도
숟가락망태기(입) 연신 벌어 지는지라
살짝 눈 붙였던 것이 아무래도 화근이다.
그기다가 내일은 아니 오늘은 일요일 이니께하는
맘의 빗장도 합세를 야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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