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경린 2011. 8. 8. 23:28

 



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 돌밭에서 돌을 줍는다 여주 신륵사 건너편 남한강 강변에서 돌을 줍는다 마음에 들면, 줍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줍지 않는다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또다시 줍고, 버린다 어느덧, 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 돌도 없다



도대체 마음에 든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마음은 왜 그리 자주 변하는 것일까.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거니와, 선택할 대상보다는 선택하는 기준이 늘 문제다. 최근에야 '선택의 기술' 한 가지를 터득했다. '첫눈에 드는 것은 일단 피하라.' 한 때, 첫눈에 들어야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첫눈에 든 물건은 그 만큼 빨리 시들해졌다. 큰 짐이었다. 사람도 그랬다. 이문재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결국은 빈 손..... 돌 줍는 일만 그러할까.... 사람 사는 일이 모두 그런 것을..... 첫눈에 가려낸다는 것이 어쩌면 어리석은 일 사람이든 물건이든 오래 보아야 좋은 것이 정말 좋은 것일거다. 오래 보아도 처음 같은 그 맘으로 포도주 같은 우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래오래 보아도 언제나 한결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30년 전에 울아부지 주어 주신 돌 들이다. 아부지께서 아파트로 이사 가시면서 주택사는 나에게 주신 돌들...... 작년에 빌라로 이사오면서 낑낑 들고 왔다. 키대로 졸졸 집 들어오는 입구에 몇 개 옹기종기 현관 신발장 위에 몇 개 베란다 화분 아래 오글오글.......^^ 세월이 이만큼 지나도... 보고 있고 또 보고 있어도 좋다.... 30년 보고 주저리고 있는데도 그냥...마냥 좋다...울아부지 보는 듯해서리... 저 넘은 지리산골짜기 어데서... 이 넘은 산청계곡 급물살 속에서.... 울퉁불퉁이는 제주도에서.... 요것은 아부지랑 무학산 가서, 서원곡 계곡에서.... 그리고 이것은.....주저리주저리.... 서로 함께했던 사연이 있어 도란도란 나와 이바구가 되는 돌 들이다.^^ 울애들이 수학여행이나 여행을 가면서 하는 말 "엄마, 뭐 사다줄까??" 그러면 나는 그런다.... 갔던 곳에 이뿐 돌 있으면 하나 주워오라고.... 그런데 아이들은 돌을 주워오지 못한다. 핑계는....돌도 없고...이뿐 돌은 더더욱 없더라고...ㅎ 얼마 전에 울옴마 다니러 오셔서는... "저 돌을 뭐하러 들고 왔노..... 집에 돌이 있어모 안좋다카는데...." 그러시면서 먼지들을 싸악 닦아주시는....ㅎㅎ 이 다음에 주택으로 이사하게 되면 또 낑낑 들고 갈 것이다. 한 곳에 모아두고 주저리주저리 평생 이야기를 나눌 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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