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을지문덕함을 다녀와서

#경린 2011. 10. 30. 10:35

 

을지문덕함 함수위에서

을지문덕함을 개방하는 가족초대에 딸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다른때 같으면 초대에 가기 위해 몇 날 며칠 전부터 설레이고 그 준비로 많은 시간을 보내었을 텐데 너무나도 바쁜와중의 초대라 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것에 오히려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을지문덕함에서도 처음하는 행사이다보니 얻을수 있는 정보가 없었고 아들역시 그저 엄마 얼굴보고 하루라도 제발 외박을 할 수 있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인지라 그 정도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올라간 길이기도 하였다.

본체가 두동강으로 분리되어 침몰했던 천안함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라 윗녘은 많이 추울 것 같아서리 겨울파카를 꺼내 입고 갔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닥 춥지 않았다. 평택.... 직접 운전을 해서 그렇게 멀리 가 보기는 처음인지라... 멀기는...멀었다.^^ 목적지를 두어시간 가량 남겨두고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안개가 무척 심해서리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이정표도 읽을수 없을 정도인지라 앞서가는 차의 뒤 불빛 하나만을 의지하고 가는 길이었지만 친절한 네비게이션 덕분에 무사히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학원 동료쌤 남편분의 첫째 어머님 말씀 둘째 마누리 잔소리 셋째 네비게이션속 여자의 안내 남자들은 이 세여자 말만 잘들으면 살아가는 동안 무탈하다고 하더만....ㅎ

 

분리되었던 천안함 본체 위에 있던 천안함 굴뚝

도착해서 오프닝 행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2함대의 정경도 보고 연평도 해전 중 침몰하였던 천안함과 몸체 구석구석 총알이 관통되어 침몰 되었던 배의 구석구석도 피부로 실감하면서 돌아 보았다. 잔해의 일부이기는 하나 눈으로 직접 보며 손으로 만져보는 이 체험은 그 당시 교전이 얼마나 치열하였는지 여실히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임이 다시 한 번 더 뼈속깊이 파고 들었던 시간이었다.

 

황색 부분이 총을 맞은 흔적들임


아들을 주기 위해서 가족들은 음식들을 바리바리 많이들 준비를 해 온 모습들이었다. 나 역시도 과일이며 아들좋아하는 거 몇가지를 준비 해 갔었고.... 그런데 안내 된 식당에는 진수성찬이 준비 되어 있었다. 후라이드 치킨, 피자, 간장게장, 비빔밥, 오징어무침 음료수에 과일까지...... 아마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찬이었던듯하다 을지문덕함의 수병들 역시나 감탄사 연발....ㅎ 덕분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아들이 먹고 자고 훈련하고 복무하는 을지문덕함을 이 날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구석구석 개방을 해 주었다. 우와.... 배의 내부가 그렇게 큰 줄 미쳐 몰랐고 놀라웠다. 없는게 없는....^^ 도대체가 지하 몇 층까지 있는 것인지....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아들들이 처음 이 곳에 오면 배 안에서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해 질 때까지는 꼭 선임들과 함께 다닌다는 말이 실감 났다. 아들들이 직접 자기 가족을 데리고 다니면서 배안의 이곳 저곳을 설명해 주었는데 울아들은 어찌나 세세하고 자세하게 가르쳐 주는지 아들의 생활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려지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함수내의 함장님 자리에 앉아서는 가족사진 촬영을 하였는데 나중에 돌아올때는 그 사이 기념 액자를 만들어서 주기도 하였다.

 



부모님을 위한 정성과 사랑으로 준비 된 행사장 곳곳에서 그 날의 행사를 안전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 안내를 하고 계셨던 많은 분들을 아들은 일일히 소개를 시켜주어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모두들 한결 같이 아들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 주셨고 어쩜 그렇게 인상들이 좋고 표정들이 밝으신지 전혀 군대의 근엄하고 딱딱한 군인들 같지가 않았다.^^ 그기다 한 분 한 분에 대한 아들의 자세한 소개는 더욱더 그 분들에 대해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고 어딜가든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부합해서 아들이 군 생활을 열심히...즐기고 있는듯한 느낌 마저 들었다.

 



마지막 클로징행사는 얼마전 함대내에서 치뤄진 '나도 가수다'의 열전모습을 다시 준비 해서 갑판위에서 보여 주었는데 아들들은 부모님의 함박 웃음을 위해 핫팬츠를 입고 걸그룹 흉내를 내고 속옷 바람으로 춤을 추고 런닝을 과감하게 찢고 그림을 그리는 등 아낌없이 망가져 주어 눈물이 나도록 실컷 웃었다. 그 행사에서 1등을 하여 휴가를 나왔던 울아들팀은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였는데..... 나가수에서 김범수가 하였던 '님과 함께'를 패러디한 무대를 보여 주었다. 1등할 만 하다는 생각...들었다. ㅎㅎ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는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고,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읽는 장병의 눈물에 덩달아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그 험하고 힘든 생활속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여 고운 노래소리로 전달할 때는 힘듦 속에서도 감성을 잃지 않는 모습에 짠하기도 하였다.

 

천안함 모형


아들은 휴가를 받아 같이 집으로 내려왔다. 하루전까지는 그런말이 없었는데 엄마 온 김에 같이 내려올려고 동료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가 날짜를 바꾸었다고 했다. 아산온천으로 가서 서해도 보고 회도 먹을까 했는데 행사가 생각보다 길어져 늦게 마치기도 하였고, 날씨 또한 초행길을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았다. 그기다 나나 아이들이나 너무 지쳐있어 집으로 돌아가 그냥 푹 쉬고 싶다는 의견이 강하여서리 바로 집으로 고고씽.... 운전하고 내려오는 내내 아들은 조수석에 앉아서리 쫑알쫑알 휴가날짜가 미리 정해졌더라면 자동차보험 등록해서리 본인이 운전하고 내려왔을것인데 미안하다며 혹여 내가 졸기라도 할까봐서리 계속 쫑알쫑알....ㅎㅎ 아들은 팀대표로 축구를 하고 있었고 막강하다는 UGT팀과 경기를 하여 이기고 포상휴가를 받아 두었고, 을지문덕함을 홍보하는 UCC촬영팀이 되어 그 작업을 진행하였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파격적인 포상휴가를 확답받아 놓은 상태, 동아리활동 행사에서도 1등 나도가수다 행사에서도 1등..팀으로 하는 활동에 주도적으로 즐겁고 열심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함대에서 뭔일이 있으면 아들과 또 함께 팀을 구성해서 실적을 내고 있는 친구를 먼저 찾는다고 한다.

 



아들에게 소개 받았던 상사 한 분이 "우찌 되었던 나갔다하면 실적을 내어서리 우리 함대의 보배입니다.절대로 배에서 못내리게 할테니 그리 아십시오." 라며 칭찬했었다. 하지만 울아들...그닥 뭐든 그렇게 잘하는 아이는 절대 아니다. 아마도 이런 실적은 아들말처럼 본인의 짜증도 잘 받아주는 좋은 동료가 절친으로 옆에 있어서이기도 하고 잘하지는 못하지만 귀찮아하지 않고 나서서하는 성격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다들 자기일 아니면 귀찮아하고 자기몸을 아끼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 계산을 하는 약음이 우리아들에게는 없다. 이번에는 소말리아 파견에 지원을 해 두었단다. 소말리아...생각하면 또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 그런데도 내가 이번에는 꼭 가고 싶으니 갑판에서는 아무도 지원하지 말라고 하고 다녀서리 진짜로 동료들이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단다.ㅋ 위험한 곳에 대한 수당이 높아서 다른부대에서도 지원율이 높다고하는데... 아무리 수당이 높다고한들 그 곳이 그렇게 가고 싶을까... 아직 결과가 우찌 될지는 모르지만 이것저것 자로 잴 줄도 생각할 줄도 모르는 녀석이 또 한 건 저질러 놓은 쌤이다. ^^ 그렇게 아들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준 덕분에 졸지않고 나는 운전을 할 수 있었고 또 덕분에 아들의 군생활에 대해 함께하듯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번 행사에 초대 된 가족이 모두 400여명이라고 하였다. 많은 인원이었지만 또 처음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하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느껴졌었고 그 먼길을 마다 않고 오기를 너무너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얼굴이나 함 보고, 아들 타는 을지문덕함도 멀리서나마 보고, 우찌 운이 좋으면 아들이랑 잠깐 이라도 외출하여서리 아산만 근처에서 회를 먹고 와야되겠다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정말 이렇게 멋진 하루를 선물 받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고 기대이상의 좋은 추억이 되었던 것 같다. 아마 행사에 참석하신 모든 부모님의 맘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감히 확신할 만큼이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던 초대였는데... 날씨가 좋지를 않아 서해를 돌아보려고 했던 계획을 모두 접고 내려오긴 했지만... 아름다운 10월을 어찌 보내었는지도 모르는 바쁨이었지만... 10월 단 하루의 추억으로 그 모든 허전함이 모두 다 채워졌다.^^ 군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이번 행사에서도 느꼈다. 포토존으로 지정 된 장소에서만 사진촬영이 가능하여서리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찍은 사진마저도 개인홈이나 블러그 등 인터넷에 올리면 안된다고 하여서리 살째기 친구공개글로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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