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경린 2012. 3. 1. 18:25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빛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당신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곧 3월의 바람은 꽃소식을 가지고 오겠지요. 눈같이 하얀 매화가 피었다고 바람 속에 향기로 얘기를 거는 천리향이 먼 길을 나설 것이고 겨울을 이기고 꽃피운 것들에 대한 반가운 환호를 준비하지 않고도 아낌없이 내지르겠지요.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3월 그리운 것들은 그 바람을 타고 무시로 스칠 것입니다.

 



바람이 데려온 구름은 봄비를 내릴 것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긴긴 러브레터를 쓰던 젊디 젊은 꽃 한 송이를 뒤돌아 보며 두고 온 세월에 대한 회상에 잠기기도 하겠지요. 어찌 두고 온 것이 세월뿐이겠습니까 가슴 한켠에 묻어 온 것들 이 봄 꽃샘바람에 살랑살랑 피어나 나에게 말을 걸겠지요. 하루하루 더 짙은 봄향기로 불어 올 3월 그 어떤 날들 보다도 더 시간을 아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3월 3월의 바람이 되어 봄 햇살 닮은 따뜻한 웃음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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