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연애 편지 - 안도현 / 소나무-안도현

#경린 2012. 4. 4. 09:00

 




연애 편지 / 안도현 스무 살 안팎에는 누구나 한 번쯤 연애 편지를 썼었지 말로는 다 못할 그리움이며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있던 시절 말이야 틀린 글자가 없나 수없이 되읽어 보며 펜을 꾹꾹 눌러 백지 위에 썼었지 끝도 없는 열망을 쓰고 지우고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새벽빛이 이마를 밝히고

 




그때까지 사랑의 감동으로 출렁이던 몸과 마음은 종이 구겨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곤 했었지 그러나 꿈 속에서도 썼었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괜찮다고 그런데 친구, 생각해보세 그 연애 편지 쓰던 밤을 잃어버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타협을 배우고 결혼을 하면서 안락을, 승진을 위해 굴종을 익히면서 삶을 진정 사랑하였노라 말하겠는가

 




민중이며 정치며 통일은 지겨워 증권과 부동산과 승용차 이야기가 좋고 나 하나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이야 썩어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친구, 누구보다 깨끗하게 살았노라 말하겠는가 스무 살 안팎에 쓰던 연애 편지는 그렇지 않았다네

 




남을 위해서 자신을 버릴 줄 아는 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집안에 도둑이 들면 물리쳐 싸우는 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가진 건 없어도 더러운 밥은 먹지 않는 게 사랑이라고 썼었다네 사랑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씩 찾으러 떠나는 거라고 그 뜨거운 연애 편지에는 지금도 쓰여 있다네

 




소나무 / 안도현 조국이라는 이름의 나무 한 그루를 늘 가슴에 심어 두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부턴가 소나무가 참 좋아졌습니다. 멀리서도 씩씩한 기상과 늠름함이 돋보이는 나무 가까이서는 그 그윽한 인품과 향에 매료되는 나무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 곧 총선이 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