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만개한 꽃그늘 아래에서 - 안민고개

#경린 2012. 4. 14. 22:25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 법정 꽃은 우연히 피지 않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꽃이 피고 지는 것 같지만,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의 그 배후에는 인고의 세월이 받쳐 주고 있습니다. 참고 견딘 세월이 받쳐 줍니다. 모진 추위와 더위, 혹심한 가뭄과 장마, 이런 악조건에서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 온 나무와 풀들만이 시절인연을 만나서 참고 견뎌 온 그 세월을 꽃으로 혹은 잎으로 펼쳐 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꽃과 잎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한번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꽃이나 잎을 구경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은 어떤 꽃과 잎을 피우고 있는지 이런 기회에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꽃으로 피어날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던가? 준비된 나무와 풀만이 때를 만나 꽃과 잎을 열어 보입니다. 준비가 없으면 계절을 만나도 변신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계절을 만나서, 시절인연을 만나서 변신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주관적인 견해인지 모르겠지만, 매화는 반개半開했을 때가, 벚꽃은 만개滿開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또 복사꽃은 멀리서 바라볼 때가 환상적이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꽃의 자태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매화는 반만 피었을 때 남은 여백의 운치가 있고, 벚꽃은 남김없이 활짝 피어나야 여한이 없습니다.

 




반만 핀 벚꽃은 활짝 핀 벚꽃에 비해서 덜 아름답습니다. 복사꽃을 가까이서 보면 비본질적인 요소 때문에 본질이 가려집니다. 봄날의 분홍빛이 지닌 환상적인 분위기가 반감되고 맙니다. 이렇듯 복사꽃은 멀리서 보아야 분홍빛이 지닌 봄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누릴 수 있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꽃이 지닌 맑음과 뚜렷한 윤곽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꽃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꽃이나 사물만이 아니라 인간사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멀리 두고 그리워하는 사이가 좋을 때가 있고, 가끔씩은 마주 앉아 회포를 풀아야 정다워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늘 함께 엉켜 있으면 이내 시들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그립고 아쉬움이 받쳐 주어야 그 우정이 시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법정스님의<일기일회一期一會>중에서

 

 




시절인연 잘 만나 만개한 벚꽃 여한이 없겠다. 나 또한 시절인연으로 너를 만나 여한이 없다. 진해 안민고개 만개한 벚꽃길 멀리서도 솜사탕들이 줄지어 소풍나온 듯한 풍경 높은 수령 만큼 깊고 밝고 눈부신 꽃들의 춤사위 그 운치와 멋스러움이 남다르니 찾는 이 또한 수 만 아늑하게 내려다 보이는 진해시와 진해만의 푸른 물결 나를 바라보는 너에게도 너를 마주한 나에게도 생애 아름다운 봄날 벗꽃잎 흩날리던 그 길 / 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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